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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고시원(11)
장성춘 기자  |  hdnews9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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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24  1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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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하아무

기원이 다니는 회사 사장은 그의 대학 몇 해 선배였다.

그런데 그 사장이 비상장 주식에 투자 했다가 몇 년 전 투자한 회사가 상장이 되면서 오백 퍼센트라는 엄청난 차익을 거두었다.

회사를 경영해 벌어들인 것보다 투자로 번 돈에 맛을 들인 사장은 빚까지 내 이른바 몰빵투자를 했고, 기원에게도 은근히 권유했다는 거다. 결국 투자했던 다섯 개 회사 중 네 개가 올해 경기 침체에 맥없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하나도 언제 쓰러질지 모를 운명에 처했다.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고 그 뒤를 따랐던 기원은 직격탄을 맞았다.

맞벌이로 산 집이 날아가자 그의 아내는 더 이상 자신까지 피해를 입을 수 없다며 별거를 요구했고, 기원은 이곳 백제고시원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자식이 여기저기 자금을 마구 끌어다가 투자했다가 거덜나니까 회사까지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씨펄, 그 새끼 따라갔다가 있는 재산 날리고 직장까지 잃을지도 모르게 생겼어. 주대와 나는 역시 고개만 주억거릴 뿐,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나는, 마누라와 자식까지 잃게 될 지도 몰라. 하고서 기원은 술잔을 목구멍으로 기울였다. 아니 쏟아 부었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우리는 다시 침묵했고, 빠리 언니는 졸다가 아예 엎드렸다. 빠리 언니를 억지로 택시에 태워 보내고 우리는 비탈길을 올랐다. 백제고시원은 이 동네 수십 개의 고시원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애당초 처음 고시원을 시작했던 사람이 부여 사람이라 고시원 이름을 그렇게 지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언젠가 고시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이 생기자 낙화암고시원이라고들 불렀다. , 그럼 우린 삼천궁녀 중 하난 셈이네. 언젠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기원도 씁쓸하게 한마디 보탰다. 그럴지도 모르지.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뒤를 받쳐주다가 마지막엔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는 신세.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백제슈퍼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빠리에선 우리 소설가님이 한턱냈으니까 백제에선 예비 실업자가 내지 뭐. 기원이 말하기도 전에 우리는 슈퍼 앞 간이테이블로 향했다.

열심히 마셨다. 뱉어야 할 말들까지 쓴 약 삼키듯 맥주와 함께 꿀꺽꿀꺽 삼켰다. 말은 백제슈퍼 뚱땡이 주인이 틀어놓은 텔레비전이 다 했다. 연예인들이 나와 저희들끼리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해놓고 저희들끼리 웃었다. 슈퍼 주인도 히힝거렸다.

우리는 그것이 꼴사나워 더 마셔댔다. 주대가, 물 빼고 오께요, 누야. 하고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십여 분 쯤 뒤에 다시 들어온 주대는 콩나물 하나를 입에 물고 있었다. 혀는 더 꼬부라졌고 동작도 커졌다. 텔레비전엔 깔끔하게 빼입은 남자 아나운서가 등장해 책을 읽듯 제2의 아이엠에프 어쩌고저쩌고를 늘어놓았다. 누야, 그리고 헹님, 나 뭐 할지 정했어. 우리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주대를 바라보았다.

, 킬러가 되끼다. 우리는 웃지 않았다. 한 번도 약속한 적 없고 원칙을 정한 적도 없었지만, 그 정도 의리는 있었다. 청부살인업자가 되는 기라. 그래가꼬 사회적 약자나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의 의뢰로 나쁜노무 시키들을 제거하는 기라. 우떻노, 괘안체, 누야.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나는 술잔으로 내 입을 막았다. 기원도 술잔을 들었다. 내 특별히 누야하고 헹님은 오십 푸로 할인해주께. 헹님은 회사 사장, 그 새끼를 없애주먼 되끼고, 누야는 출판사 사장인지 그 호로새끼, 맞제? 추가로 더 없앨라쿠모 추가 할인 혜택도 있다. 헤헤, 내한테 술 많이 사주모 꽁짜로도 해줄 수 있다. , 그라고 빠리 마담아지매 남펜인지 가재펜인지 하는 그 새끼도 쥑이뿌고. , 한 번 죽어도 한 번 더 쥑이삐먼 되지. 그라고 아, 용식이 헹님 돈 떼묵고 도바리 친 반장인지 십장 새끼도 쥑이고, , 이거 쥑일 놈들 많네. 그러자 기원이 입을 삐죽거렸다. 임마, 면접관한테 수모 당했다고 눈물 콧물 줄줄 흘리는 놈이 무슨 킬러냐. 아하, 헹님은 잘 모리는갑네. 영화 같은 거 보먼 냉혹한 킬러일수록 얼마나 섬세하고 마음이 비단결멘치로 착한 줄 아요? <다음(마지막)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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