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八不出)은 자기 아내와 자식 자랑을 하는 사람을 비꼬아 부르는 말입니다. 팔불출의 여덟가지는 첫째 제 잘났다고 뽐내는 놈, 둘째 마누라 자랑하는 놈, 셋째 자식 자랑하는 놈, 네 번째 조상 자랑 하는 놈, 다섯 번 째 잘난 출세하거나 부자된 형제 자랑 하는 놈, 여섯 번 째 자기 출신학교 선 후배 자랑 하는 놈, 일곱째 제가 태어난 고장 어디라고 우쭐하는 놈, 여덟 번 째는 원래 덜 떨어졌으니 여덟가지중 하나가 없어야 한다고 합니다.
원래는 열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여덟 달만에 낳은 아이를 일컫는 팔삭동이(八朔童)에서 유래되었는데 ‘좀 모자라는 사람’, ‘어리석은 사람’을 일컬어 팔불출이라고 합니다.
요즘 말로는 “ 저사람 2% 정도가 부족해”라는 뜻이지요.
저는 2%가 부족한 팔불출(八不出)입니다.
간혹 사람들이 인사차 ‘요즘 뭐하십니까?’하고 묻습니다.
‘저는 목사고, 장로고, 집사를 겸하는 바쁜 사람입니다’
목적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목사요, 장(=늘) 놀고 있으니 장로요, 집안 일만 하니 집사입니다.
친절하게 부연설명을 곁들입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학교 다니고 취직해서 퇴직하고 그렇게 살아온 60여년을 되돌아보니 맹탕입니다.
목적도, 추구하는 바도, 좋아서 달려들었던 일도 없이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왔습니다.
퇴직후 지금까지도 그냥 살고 있을 뿐이니 무덤덤한 나의 삶이 바로 저의 제일불출(第一不出)입니다.
‘늙어서 가난하면 삶이 고달프다’ 삶의 선배들이 일찍이 제게 경고했지만 귓가로 흘려듣고 말았습니다.
집안 대소사, 경조사 연락받으면 많이 부담되고, 가까운 이들과 밥 한끼 먹으면서도 밥값이 걱정되는 삶입니다.
결혼 시켜야 할 아들놈이 아직 남아 있는데 장가 안가는게 오히려 저희에게 안심이 되는 참담한 현실을 보다 못하고 늙고 병든 마누라가 가게를 열었습니다.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오는 마누라를 쳐다보며 제가 무어라 활 말이 있겠습니까?
이게 저의 제이불출(第二不出)입니다.
지난 매주 토요일 안식교회에 갑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자기과시, 자기자랑, 교만, 타인무시등은 일종의 정신질환입니다”
겉으로는 겸손한 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점차 저를 잊어가고, 함께했던 기억도 희미해져 가는데 세상에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자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獨立不懼 遯世無悶 (독립불구 둔세무민)
홀로 서있어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 있어도 고민하지 않는다.
아직은 마음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니 이것이 저의 제삼불출(第三不出)입니다.
어느 날 하동도서관장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20시간 정도 희망군민들에게 동양학 강의를 할수 있겠느냐고 부탁하셨습니다.
약간의 소양 뿐이었지만 나서고 싶은 욕심에 대뜸 승낙을 하였습니다.
짧은 지식탓으로 지난 6월의 20여시간은  제 스스로가 지옥이었습니다.
동양학이란 그 넓고 심오한 이야기를 겁도 없이 덤벼든 무지를 어이해야 할까요?
가르치는 사람이 이랬는데 듣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짧은 지식으로 세상을 농단하고 있으니 이것이 저의 제사불출(第四不出)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소풍을 갔습니다.
나와서 노래를 부르면 공책과 연필을 주었습니다.
용감하게 뛰어 나가서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이란 노래를 불렀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염불했나?’ 하시며 공책과 연필을 주어 셨습니다.
그 뒤로 저는 음치가 되었습니다. 악기도 제대로 다룰줄 아는게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기계치가 되어 공구하나 제대로 다루는게 없습니다.
저는 정말 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저의 제오불출(第五不出)입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까도남’이라고 합니다.
까칠한 도시의 남자라는 뜻이지요. 제가 좀 까다롭습니다.
이것저것 잘 따지고요.
나름의 주관마져 뚜렷하여 제 생각과 다르면 과감하게 지적하여 서로 어색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저녁에 술먹자고 연락하면 당장 달려가야 하는데 그게 그리 내키지 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니까 다음엔 나오라 소릴 잘안하더라고요.
이젠 압니다. 불러주면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는 것을 요.
저의 까칠함 때문에 가까운 친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저의 제육불출(第六不出)입니다.
한때 단전호흡에 빠져 여러 도장을 전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꾸준히 배우지 못해 이론에만 능할 뿐 실제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호정 선생님을 만나 글쓰기에 도전하였습니다. 
악양 근무 때 선생님을 모셔 배웠으나 오래 가지 못했고, 그 뒤 또다시 화개면사무소 2층에서 선생님을 모셨으나 역시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몇 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또 호정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지금은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저의 각오입니다.
꾸준히 참고 견디는데 익숙하지 않아 그 끝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이 저의 제칠불출(第七不出)입니다.
저는 팔불출(八不出)입니다
見指忘月(견지망월)
손가락을 보느라 달을 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