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찬인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금남면 중평리 상촌마을에 사시는 분이다.

상촌마을은 충의공 정기룡장군이 태어나신 곳이다. 장군께서 태어나신 때가1562년 4월24일(음)이다.

온동네에 서기가 가득찬 가운데 큰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나셨다 한다.

63전63승 불패의 장군, 육지의 이순신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영웅의 탄생이었다.

19살에 상주로 이사 가시고 그곳에서 큰 공을 세우시는 바람에 고향 땅 하동서 장군을 기리는 마음은 상주고을 보다 못하다.

“우리 동네 이름을 ‘정기룡마을’로 바꾸고 싶습니다”

정기룡장군기념사업회에 몸담은 이후 가장 큰 격려전화였다.

동네 이름등 지명을 바꾸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주민의 총의를 우선 모아야 하고, 행정기관에서 합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군(郡)의 이름을 바꾸는건 중앙정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최근들어 의외로 여러 곳의 지명이 바뀌었다

강원도 영월군의 서면은 ‘한반도면’으로 하동면은 ‘김삿갓면’으로 바뀌었고,

충주시 상모면과 가금면은 각각 ‘수안보면’과 ‘중앙탑면’으로 바뀌었으며,

또, 금강송으로 유명한 울진군 서면은 ‘금강송면’으로 일출로 유명한 포항의 남구 대보면은 ‘호미곶면’으로, 대가야의 중심지 였던 고령군의 고령읍은 ‘대가야읍’으로 바뀌었다

‘한반도면’은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 ‘김삿갓면’은 김삿갓의 무덤과 유적이 남아있기 때문이고, ‘수안보면’은 수안보 온천에서 ‘중앙탑면’은 국보6호인 탑평리 7층석탑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금강송면’은 울진에서 나는 금강송에서 ‘호미곶면’은 바다위에 떠있는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유명해지면서 바꾸었다.

‘대가야읍’은 고령이 대가야의중심이라는 역사성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한다.

하동(河東)이란 이름을 갖기 전의 지명은 한다사군(韓多沙郡)이었다고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에 나와있다.

서기 757년 신라 경덕왕은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전국의 지명을 2자로 된 한자 지명으로 바꾼다.

그때 한다사군도 하동군으로 바뀌는데 ‘큰 강의 동쪽’이라서 하동이라 했다고 한다.

‘하동군사(河東郡史)’를 쓴 화심동의 여재규선생은 당시 섬진강의 이름이 기문하(基汶河)였기 때문에 하동이라 하였다고 주장하셨다.

‘한다사’는 한+다사(韓+多沙)로 韓(한)은 환하다, 크다는 뜻이고 多沙(다사)는 따사롭다에서 온 말로, 한다사는 환하고 따사로운 곳이란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옛날의 이 땅은 참좋은 곳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름도 그렇게 지어졌을까?

환하고 따사로우면 계절적으로는 4~5월이다. 모든 생명이 천지의 기운으로 활짝 일어서는 때이다.

생명이 피어나는 땅이란 말이 아닌가?

평사리문학관의 모토가 ‘문학&생명’이니 이또한 우연이 아닌 것 같다.

하동읍의 이름을 ‘한다사읍’으로 바꾸면 어떨까?

누가 하동에 역사가 없다 하는가?

1억5천년전에 하동의 바다는 공룡의 천국이었다.

금성 갈사, 대도, 진교에 이르는 바닷가 바위마다 공룡의 화석과 흔적으로 가득찼다.

우리나라에서 공룡 화석이 처음 발견된 곳도 하동이고, 한국이름이 최초로 부여된 공룡 부경고사우루스도 하동에서 발견되었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뱀 화석 하동엔시스도 하동의 바다에서 발견된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유물 ‘유러피안 돌도끼’도 옥종에서 발굴되어 2~3만년전에 하동에 사람이 살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신석기, 청동기,철기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유적을 하동은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낙노국(樂奴國)은 지금의 악양, 화개, 하동읍에 이르는 나라로 700여호 3천여명의 주민이 어로와 수렵, 영농으로 생계를 이어온 평화로운 고장이었다.

그 어느 때쯤 하동에 다사국(多沙國)이 있었을 것이다.

삼국사기에도 다사란 지명이 나오고, 일본서기등에 다사,대사란 지명이 여러차레 등장한다.

학자들은 일본서기에 나오는 다사, 대사를 하동으로 비정하는데 이의가 없다

일본에서 발견된 고확고 집안의 내력을 적은 115 글자의 칼에서도 자기 집안이 다사의 후왕(侯王)임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지금의 읍과 고전을 중심으로 다사국이 있었슴이 확실하다.

하동읍을 한다사읍으로 바꾸는 역사성은 충분하다.

군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이미 널리 알려져 오히려 생경하기만 하지만 읍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우리의 역사성, 하동의 정체성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이름을 바꾸는데 따른 혼란도 그렇게 크지 않다

서부 경남 변방의 한 지역, 진주의 영향 아래있는 시골 정도로 하동을 치부하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

좀더 크지고 좀더 달라져서 하동이란 이름이 자랑스러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와 지나온 삶에 대한 이해와 자긍의 고취가 더욱 필요하다.

이런 작업없이 ‘더큰 하동, 새로운 하동’은 백년하청이다.

군민을 하나로 묶고 군민의 마음이 집결되어야만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하동읍을 ‘한다사읍’으로 바꾸자.

금남면 중평리 상촌마을을 ‘정기룡 마을’로 바꾸자

그래서 오랜 역사와 자긍이 우리를 하나로 묶게하고 그힘이 하동굴기의 대업을 이루어 나가는 시작이 되게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