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사계절이 참 아름답습니다.

봄이 와서 온 동 네가 꽃 천지가 되었습니다. 민들레 진달래 개나리 복사꽃 배꽃 한바탕 꽃 잔치를 열더니 어느새 연두색 새순이 돋아나 산천에 봄나물이 지천으로 널렸습니다.

비가오고 바람 불고 안개 속에서 녹색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새털구름 뭉게구름 조개구름이 지나가고 입하에 이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산천은 그럴싸하게 청색 옷으로 갈아입고 이마에 땀이 배이고 나무들은 산들바람에 나부끼며 역기를 식혀주고 서로 내 그늘에 와서 쉬어가라고 유혹합니다.

매미는 목이 쉬게 여름을 노래하고 당산나무는 몇백년을 그 자리에서서 다양한 사람들의 전설로 남겨진 이야기들을 얼마나 들었으며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 연륜으로 짐작하게 합니다.

아카시아 꽃 층층나무 꽃 이지고 장미는 붉은 색을 드러내고 물앵두는 물까치를 불러 모우로 매실은 오동통 살이차며6월 망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6, 7월이 지나가고 팔월이 다가오면 올밤은 속살을 내밀고 얼음 다래가나도 봐달라고 손짓을 합니다.

여름 내내 땀으로 정성으로 키워낸 과일 곡식들은 숨가쁘게 살아온 여름에 지쳐 고개를 숙이고 잠시 한숨 돌리고 나면 어느새 무더운 여름도 한풀 꺽 이고 휘영청 달이 밝고 하늘은 푸르고 귀뚜라미 소리에 가을이 왔구나 짐작을 하고 소쩍새 구슬피 울고 밤공기 싸늘하며 온 여름을 열정적으로 살아낸 곡식들은 하나둘 온몸을 농부에게 다 내주고 그 생을 마감하며 조용히 조용히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찬서리 내리고 살얼음 얼 때 동네는 또 다시 북적 거립니다. 주홍색 감으로 바빠집니다. 산천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화려하게 살아온 한해를 자찬하며 소슬바람에 잎을 다 떨어뜨리고 흰 눈에 북풍에 온몸을 내 맡기고 윙윙 괴성을 지르며 인내를 미덕으로 여기며 다시 또 내년을 기다리겠지요.

몸통은 더 굵어지고 가지는 더 길어지고 자신의 성장에 자부심을 느끼며 추운 겨울을 묵묵히 참 아내며 겨울 잠속에서 내년 봄의 화려한 영광을 꿈꾸고 있겠지요. 또 다시 한해의 성장을 전설로 남기고 조용히 조용히 봄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명사의 사계도 적막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