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역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의 경우다. 지난날 유럽 여행 중 로마의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직접 본 조각상이다. 33세의 아들 예수의 주검을 무릎에 눕혀놓고 모성애를 비탄에 잠긴 마리아의 모습이다. 33세 아들이라면 마리아가 너무 젊다는 이야기가 많다. 여기에도 그럴만한 이유를 상상 내지 추리해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일찍 잃었다. 자라는 과정에서나 청년이 되어서나 어머니에 대한 한도 맺혔으리라 본다. 피에타 상을 조각할 때가 24세 나의였으니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을 것이다. 가령 어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 밤에 어머니의 그림을 그렸다고 했으니, 젊은 나의에 돌아간 어머니의 보습이 문득문득 떠올라 그런 젊음의 모습을 마리아에게 투영시켰으리란 상상도 가능하다. 아니 조각상이 그 어딘가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그 어느 이미지를 담아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미켈란젤로 어머니의 실질 초상이 있다면 대조도 한번 해봄 직하다고나 할까. 이제는 종교 쪽 돌문화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본다. 먼저 석굴암 대불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상 외로 육감적인 뚱뚱한 비만형이고 허리도 거의 무시된 원통형이다. 초기의 인도 지방에서 발견된 모습은 물론 고행상이라 피골이 상접한 모습도 있다. 그렇지만 그리스의 조각예술을 모방한 간다라 풍이 중국이나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불상이 좀 비만형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석굴암의 대불 조각상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바로 이 점에서 별도의 상상력이 발동된다. 석공이란 오늘날에는 당당한 조각예술가로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 당시야 물론 천민계급이다. 천민이니까 잘 먹어서 살이 찔 리 만무하다. 작업 현장을 둘러보거나 독려 차 나온 고관대 작들을 보았을 때 살도 찌고 얼굴에 윤기가 번지르하게 흐르는 모습을 보며 고작 돌가루나 날리고 있는 자기 신세나 처지를 한탄하며 속으로는 참 부러워했음을 틀림없다. 그런 심리가 결국 조각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작용하여 대불상에 투영되고 반영되어 초비만형으로 형상화되었다. 볼 수 있다. 만약 그 석공의 혼을 초혼할 수만 있으면 한번 물어보고 싶은 충동도 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인도의 힌두교 사원과 그리고 힌두교에다 불교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태국,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지 사원의 돌 문화를 조사해 보는 과정에서 정말 놀랐다. 세계의 여러 종교 중 힌두교처럼 성(性)을 숭배하고 찬미하게 종교는 달리 없다 싶다. 사원들이 어쩌면 온통 성애(性愛)의 돌조각으로 채워져 있다 싶으니 가히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