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次老杜夔府百韻(차노두기부백운)
조석형(近水軒 趙錫馨)
- 노두(老杜:杜甫)의 기부(夔府) 시 100운에 차운하여 -
客枕中宵警(객침중소경) 나그네 한밤중에 놀라 잠을 깨니,
家書隔月傳(가서격월전) 한 달 만에 전해온 집의 편지네.
星霜殊荏苒(성상수임염) 오랜 세월을 그럭저럭 지내니,
涕淚感潺湲(체루감잔원) 슬픔에 겨워 눈물이 흐르노라.
塵滿巾誰拂(진만건수불) 먼지 가득한 두건을 누가 털거나,
愁來茗獨煎(수래명독전) 시름이 몰려오면 홀로 차를 달이네.
村醪雜黍朮(촌료잡서출) 시골 막걸리는 기장과 차조가 섞여,
溪錯薦腥羶(계착천성전) 시냇물에 두니 비린내가 퍼지네.

※ 21세 때인 1618년(광해군10)에 아버지 예조참판 조희일(竹陰 趙希逸)이 하동(河東)에 유배(流配)되었는데 이때 아버지를 따라 배소에서 청년 시절을 보냈다. 26세 때인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아버지가 재기용되어 배소생활이 끝났다. 이 무렵에 지은 《차노두기부백운(次老杜夔府百韻)》의 일부이다.

老杜(노두) : 두보(杜甫.712~770)로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이다. 이백(李白)과 더불어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율시(律詩)에 뛰어났으며, 인생의 애환을 뛰어나게 노래하여 시성(詩聖)으로 불린다.
夔府(기부) : 기주(夔州)의 별칭으로, 두보가 만년에 기주에서《가을날 기부에서 회포를 읊어 정 감과 이 빈객에게 100운을 부치다(秋日蘷府詠懷奉寄鄭監李賓客一百韻)》,《기부에서 회포를 적다(夔府書懷)》등 여러 편의 시를 지었다.
中宵(중소) : 한밤중.
家書(가서) : 자기(自己) 집에서 온 편지(便紙).
荏苒(임염) : 세월이 덧없이 지나감.
潺湲(잔원) :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양.
村醪(촌료) : 시골에서 빚어 만든 막걸리.
腥羶(성전) : 비린내와 노린내.

조석형[近水軒 趙錫馨.1598(선조31)∼1656(효종7)]. 조선 후기의 문신.
자는 자복(子服), 호는 근수헌(近水軒). 본관은 임천(林川). 문집에《근수헌유고(近水軒遺稿)》이 있다. 1613년(광해군5) 폐모론이 일어나자 과거를 단념하고 있다가, 21세 때인 1618년(광해군10)에 아버지 예조참판 조희일(竹陰 趙希逸)이 하동에 유배되었는데 이때 아버지를 따라 배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6세 때인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아버지가 재기용되어 배소생활이 끝났다. 1624년(인조2) 진사시에 장원을 하여 그의 할아버지 조원(趙瑗), 아버지 조희일(趙希逸)과 함께 3대에 걸쳐 진사시에서 장원하는 가문이 되었다. 일찍이 세자익위사(世子翊衛司)의 세마(洗馬)·시직(侍直) 등에 임명되었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사직하였다. 1636년 병자호란 후에도 시직·부수(副率) 등에 여러 번 임명되었으나 끝내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 머물면서 스스로 당호를 ‘근수헌’이라 하고 그가 지은 시편을 모아 간행하는 등 학문에 정진하였다. 당시(唐詩)와 진체(晉體)에 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