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3분의 2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니 바다야말로 육지란 태아의 양수요 보호막이며 허리띠다. 바다는 하늘과 땅과 더불어 3형제의 자리에 있다.
그러나 그 성질은 각기 달라 바다는 액체, 땅은 고체, 하늘은 기체로 말하자면 3체의 각기 다른 메뉴가 차려진 하느님의 밥상이다.
바다는 육지 물의 종착역이 되고 시발역이 된다. 천지 사방의 물이 만나 악수하는 광장이 되고 그 광장에서 서로 몸을 섞어 다시 최종 먼 여행을 떠난다.
이런 바다는 크게 보아 육지의 형제 간이긴 하지만 그 깊이에 따라 촌수를 말해 보면, 육지와 바로 가까이 붙어 있는 연안에는 4촌 대륙붕이 있고, 그 경사면에서는 6촌 심해가 있으며, 그 다음 가장 깊은 곳에 8촌 해연(海淵)이 있고 또 그곳의 더 깊은 곳에 온통 검은 의상을 걸친 채 사람들 그 누구도 접근도 허용치 않고 어둠속에서 시위하듯 위풍 당당히 침묵 속에 버티고 서 있는 해구(海溝)가 있다.
이런 해구가 25~27개가 있다 하는데, 그 중 가장 깊은 곳이 태평양 근처 바다 밑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다.
9천 미터 가깝다고 자랑하고 있는 그 에베레스트 산도 당장 집어삼키고도 남을 정도라니 놀랄 정도를 넘어 가히 공포감도 든다.
바다는 아무리 형제간일지라도 마치 쌍둥이처럼 육지와 너무 닮았다. 고저가 있고. 평야처럼 평평한 곳도 있고, 등뼈 같은 긴 산맥이 있고 거기에 최고봉의 산도 있으며, 수중 산호섬과 화산도 있고, 육지의 길 같은 해류의 길도 있다.
그리고 육지와 경쟁하듯 물고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육지의 풀인 해조류를 비롯하여 포유류, 파충류, 갑각류, 바닷새 등이 살고 있다. 기화요초의 꽃밭도 있다.
거기엔 조류의 음악이 있다. 흔히 우리는 ‘깊은 바다처럼 조용하다.“하지만 한 번 성을 내면 걷잡을 수가 없다.
남서부 태평양의 태풍, 서부 대서양의 허리케인, 인도양의 사이클론이 불어와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자연 앞에 거만을 떨던 인간들도 당장 숨을 죽인다.
바다는 깊이 경쟁은 있으나 높이 경쟁은 없다. 오대양 그 어디를 보아도 평평해 이른바 평등사회의 원형이다. 물론 바다에도 생존을 위한 최소의 약육강식은 있지만 인간사회에서처럼 그런 살벌한 경쟁은 없다.
여성으로 의인화 되어 있듯 얌전하고 평화롭다.바다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잉태된 고장이요 고향이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대서사시 전후편인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탄생도 되었다. 대학시절 밤 새워 가며 <일리아드>를 읽으며 트로이 대 그리스 사이의 전쟁도 결국은 여자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싶어 여자란 때론 남성에게 요물도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일리아드>는 한마디로 납치 당해간 여자 찾아오기 전쟁이 아니던가. 스파르타의 왕 메네라우스는 절세의 미인 헬레네를 아내로 두고 있었다.
어느 날 바다 건너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방문했다가 그만 그의 미색에 홀랑 빠져 왕이 사냥을 나간 틈을 이용해 자기 나라로 납치해 갔고 결국 그것이 화근이 되어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났으니 ‘여자 찾아오기’ 전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아킬레스 발꿈치(Heel of Achilles)란 말의 유래도 알게 되었다. 그리스 연합군의 영웅 아킬레스는 그의 몸 중 발꿈치를 제외하고는 불사신이었다.
이 비밀을 알아낸 트로이의 왕자가 성 안에서 성 밖에서 시위를 하던 아킬레스의 발꿈치를 겨냥해 죽였는데,
이에 ’아킬렛의 발꿈치‘란 말에서 최대의 유일한 약점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217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