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

普雲庵(보운암)
조성택(橫溝 趙性宅)
- 보운암에서 -
獰風虐雪是天行(영풍학설시천행) 모진 바람 사나운 눈발은 곧 하늘의 운행이요,
爲煮龍團信手傾(위자용단신수경) 용단차(龍團茶)는 끓여서 손 가는대로 마시네.
朋缺難排離索意(붕결난배이삭의) 벗과 헤어져 쓸쓸히 홀로 지내기 어려운데,
僧來時話淺㴱情(승래시화천심정) 스님 오니 얘기하며 얕고 깊은 정 나누네.

棚頭有火堪看字(붕두유화감간자) 시렁 위에 등불 있어 글은 읽을 만하고,
磬舌無聲㡬度㪅(경설무성기도갱) 경쇠소리 나지 않아 몇 번이나 밤을 새우네.
坐久山窓催曙色(좌구산창최서색) 오래 앉았더니 山窓엔 새벽이 다가오자,
却疑金佛放光明(각의금불방광명) 문득 금부처가 밝은 빛을 발하는 듯하네.

普雲庵(보운암) : 산청군(山淸郡) 시천면(矢川面) 원리(院里)에 있었던 암자.
上人(상인) : 승려(僧侶)를 높이어 일컫는 말.
龍團(용단) : 용단차(龍團茶). 복건성(福建省) 건주(建州)에서 생산한 차로 송(宋)나라 휘종황제(徽宗皇帝)때 정위(丁謂)와 채양(蔡襄) 두 사람이 제조하여 진상하였던 차이다. 《蘇東坡集 卷三十九》. 달여서 굳혀 둥근 떡처럼 만들고 용봉(龍鳳)의 무늬를 넣은 것으로, 송 인종(宋仁宗) 때에 비롯하였다. 용봉단(龍鳳團), 용봉다(龍鳳茶)이다.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離索(이삭) : 이군삭거(離群索居)의 준말이다. 벗들을 떠나 쓸쓸히 홀로 사는 것으로, 자하(子夏)가 “내가 벗을 떠나 쓸쓸히 홀로 산 지가 오래이다.” 한 데서 유래함.《禮記 檀弓》
棚[시렁 붕] 시렁.
曙色(서색) : 새벽녘의 빛. 새벽 하늘빛.
金佛(금불) : 금부처.

※ 차시(茶詩)로는 보운암증정법상인(普雲庵贈正法上人)외에 “봉일암(奉日庵)”,“동료옹기지칠노시...(東寮翁寄至七老詩...)”가 있으며, 하동과 관련된 시에는 “모한재영춘(慕寒齋迎春)”,“함월정원운(涵月亭原韻)” 등 13수가 있다.

조성택[橫溝 趙性宅.1827(순조27)~1890(고종27)]. 조선 후기의 선비, 효자.
자(字)는 인수(仁叟),인녕(仁寧), 호(號)는 횡구(橫溝), 본관(本貫)은 함안(咸安). 거주지(居住地)는 옥종면(玉宗面) 월횡(月橫). 문집(文集)에《횡구집(橫溝集)》이 있다. 진사시와 생원시 양과에 장원을 하고도 문과에 급제하지 못하자 과거(科擧)에 뜻을 끊고 학문에 전념하였다. 부모상을 당해 6년간 시묘살이를 했다. 만년에는 더욱 학문에 침잠해 성리서적 등을 섭렵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월횡(月橫)마을에 함월정(涵月亭)을 지어 인근의 선비들과 학문을 토론하는 장소로 삼던 곳으로 지금의 함월정은 1974년 후손들이 중심이 돼 새로 지었다. 조성가(月皐 趙性家), 조성택(橫溝 趙性宅), 조성주(月山 趙性宙) 삼형제는 모두 기정진(蘆沙 奇正鎭)의 문인(門人)으로 기호학맥을 이은 선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