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변신의 천재다. 차갑게 하면 얼음으로, 열을 받으면 다시 물이나 수증기가 되고, 이 수증기가 다시 대기 속에서 응결되면, 구름이나 안개 그리고 비, 눈, 우박, 서리, 이슬로 변하여 모태회기처럼 땅으로 내려오는 순환을 거듭한다. 액체에서 고체나 기체로, 고체에서 액체로, 기체에서 액체로 바뀌니 그 이치가 절묘하고 신기도 하다. 대론 기후를 좌지우지하기도 하고 또 그 변화에 나름으로의 역할도 한다.
물은 적응의 명수다. 고여 있거나 흘러드는 장소에 따라 호숫물, 저수지물, 강물, 바닷물, 지하수가 되니 그 삶이 한없이 자유롬다. 공기보다야 못하지만 몸을 두고 있는 곳이 바로 주소지다. 그리고 모든 물의 원적지야 있겠지만 크게 보아 대부분 물의 최종 주소지는 바다가 된다.
땅이 부성이라면, 물은 모성이요 어머니다. 어루만져주고 모든 생물체에 수분이란 젖을 공급한다. 공교로운 현상이 하나 있다. 우리 말 <물>이 M자로 시작하듯 여러 나라의 어머니란 단어가 M자로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라틴어 Mater, 영어Mother, 독일어 Mutter, 불어 Mere, 스페인 Maclre 등이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현상에서 물의 모성을 더욱 확인하고 있다. 물의 'ㅁ‘자 시작이 곧 어머니나 엄마에 나오는 ’ㅁ‘자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물은 혈액형으로 보면 O형이다. 물과 물은 말할 것도 없지만 물과 흙, 물과 공기는 참 궁합이 잘 맞는다. 단, 물과 불은 상극이면서 상생도 한다. 불이 물을 만나면 죽지만, 물이 불의 열을 받으면 수증기가 되니 바로 상생의 조화가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 4원소 아닌 물질인 기름과는 원천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아 말 그대로 물과 기름과의 관계다.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물의 좋은 성질이나 속성을 일찍 간파한 기원전 6세기경에 살았다는 노자(老子)가 이른바 수유칠덕(水有七德)을 설파한 일은 참 잘한 일이다. 그 아득한 옛날에 이런 점을 관찰하고 삶의 전범으로 삼으라고 한 그 혜안과 해석력이 놀랍고도 놀랍다.
①낮은 곳으로 흐름(겸손) ②막히면 돌아감(지혜) ③구정물도 받아줌(포용력) ④어떤 그릇도 담김(융통성) ⑤바위도 뚫어내는 끊임없는 노력(인내와 끈기) ⑥폭포처럼 투신하는 자세(용기) ⑦유유히 흘러들어 큰 바다를 이룸(큰뜻)이라는 이 물의 교훈이야말로 이 세상의 우리 모두에겐 좌우명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기에다 한 가지를 더 보태어 이유식 표 ‘수유팔덕(水有八德)’을 만들고도 싶다. 높고 낮음이 없는 수평의 그 평등성이다.
자, 이제는 타령을 그만 접을까 한다. 대신 거의 같은 시대에 동서양에 살면서 물의 중요성을 최초로 주장한 탈레스 사부님과 물에서 인생론적 교훈을 따온 노자 사부님께 감사하단 마음으로 그 시대의 물맛과 이 시대의 물맛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묻고도 싶어 물이나 한 잔 올릴까 한다. 거의 각 나라마다 수질오염이 심각해져 마실 물이 부족해 가고 있다고 부랴부랴 ‘세게 물의 날’을 정해놓고 있는 오늘이라 과연 무슨 소리, 무슨 말을 들을지가 몹시 궁금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