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학동 이정석 훈장

정서교육은 두 단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기뻐할 때 기뻐할 줄 알고, 슬퍼할 때 슬퍼할 줄 알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앞에서 몇 가지 열거한 감정의 거역은 적잖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부끄러운 짓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을 조금도 느끼지 못한 다거나, 부모의 고통을 보면서도 자기만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인다거나, 잘못도 없는 동생을 때려 울려 놓고 오히려 쾌감을 느낀다거나 하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의 고통을 보면 슬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슬퍼할 때 슬퍼할 줄 모르고, 자기의 즐거움만 찾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첫 단계로 이런 감정의 거역을 바로잡아야 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콘돌세는 사람의 감정과 어린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의 자연스런 감정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남의 고통을 동정하는 감수성, 남의 고통을 보고 자기도 고통을 느끼는 감정이다. 이것은 아주 절실한 감정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의 고통을 덜어 주고 싶은 생각이 나게 된다. 또한 자기가 한 어떤 행위가 남에게 고통을 주었을 경우, 자기의 행위에 대해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매우 귀중하고 유익한 것으로, 잘 보호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린이에 대해서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너무 많이 보여서도 안 되고, 너무 적게 보여서도 안 되며, 지나치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러한 감정을 갖게 한다.
어린이가 나이가 어려 아직 사람의 고통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시기에는 동물의 고통을 덜어 주도록 가르치는 것도 좋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남의 고통을 덜어 준 경험은 거기에서 얻은 깨달음으로써 장차 자기의 감성을 스스로 다스리게 될 것이다.‘
또한 공자는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윗 자리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않고, 예의를 갖추는데 공경스럽지 않고, 초상을 당하였는데 슬퍼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가지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겠는가.’
초상을 당했는데도 슬퍼하지 않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이 그 어떤 요인으로 막혔다면 그것을 뚫어 주고, 심하게 굽었다면 바르게 펴 주어야 한다.
다음 단계는 감정의 승화이다. 기뻐할 때 기뻐할 줄 알면서도 그 기쁨을 승화시켜야 하고, 슬퍼할 때 슬퍼할 줄 알면서도 그 슬픔을 승화시켜야 한다.
기쁨을 보자. 자기 기쁨에 도취되어 앞도 뒤도 살피지 않고, 자기 기쁨이 혹시라도 남에게 슬픔을 준 것은 아닌지 상관하지 않고, 기쁨 뒤에는 슬픔이 올 수 있는 게 인생임을 생각도 하지 않을 때, 그 기쁨은 그리 빛나는 게 못 된다.
기쁠 때 기뻐하되, 그 기쁨을 곰곰이 생각해보며, 때로는 지나치지 않게 자기 기쁨을 자제할 줄도 알며 기뻐할 때, 그 승화된 기쁨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슬픔도 그렇다. 자기감정에 사로잡힌 포로가 되어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서면 기쁨이 올 수 도 있는 게 인생임을 생각지 않고,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비탄 속에 자기 몸을 던지기만 하면, 그 슬픔은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
이러한 감정의 승화가 자녀의 정서를 보다 바르고 풍부하게 가꾸어 준다. 사람은 본디 선한 본성을 타고났다는 성선설을 믿고 있다. 그렇기에 나쁜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않는다면 사람은 선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칠정, 즉 희, 노, 애, 락, 애, 오, 욕이다. 그 검정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면 착한 본성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어 드러날 수 있다. 그 비틀린 것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자식 농사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 부모는 그 밭에 정서 함양이라는 거름을 주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걸 가볍게 보다가 헛 농사를 지은 꼴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