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제주를 제외하고 가장 인기있는 국내 여행지는 어디일까?
하동 사는 사람은 하동이 첫째 아니면 몇 손가락 안에 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래전부터 하동은 관광1번지요, 국내 최대 관광지로 자부해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제주를 제외하고 가장 인기 있는 국내 관광지는?”라는 기사 제목에 혹하여 단숨에 읽어 내렸다.
국내여행지 top20의 목록을 두세 번 훑었으나 하동의 이름이 없었다.
혹 신빙성 없는 조사겠지 싶어 조사 기관을 찾아보니 한국여행업 협회가 여행전문 조사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와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것이다.
충격이었다.
도비의 재직시절 연간 관광객이 6~7백만이라고 추정하였으니 몰라도 지금쯤에는 1천만이 훌쩍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전국의 top 20에도 들지 못하다니.
그동안 하동이 과대망상에 빠져 있었거나, 조사가 잘못되었거나.
조사지표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난 1년간 국내여행을 계획하였거나 실행한 전국의 성인남녀 10,2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나름대로 신뢰성 있는 조사였다.

특별시, 광역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155개 시, 군중에서 속초가 14%로 1위, 강릉이 9,6%로 2위였다.
top 20 안에 강원도가 11시군으로 거의 석권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가까운 탓도 있지만 4계절 내내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남에서는 통영이 5위이고, 거제가 12위, 남해가 18위이다.
하동은 20위안에 들어있지 않다.
최소한 경남에서는 우리가 최고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통영은 그렇다 치더라도 거제, 남해 보다 못하다니.
또 충격이었다.

여행업협회에서는 지역별, 계절별로 분석한 결과도 내놓았다.
봄에는 남해안의 여수, 통영, 거제, 순천 등이 강원도 다음으로 강세를 보이고,
여름에는 강원의 동해, 삼척, 고성, 정선 등을 선호하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설악산이 위치한 속초, 강릉, 양양과 태백으로 사람들이 몰리며,
겨울에는 속초, 강릉, 평창, 전주 등이 강세를 보였다.
특이한 것은 속초와 강릉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모두 압도적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속초와 강릉을 찾게 하는 것일까?
서울 등 수도권 인접의 탓이라고 돌리기에는 우리가 아직 뭔가 모르는 관광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하동레일바이크가 개장되었다. 북천과 양보 간을 오가는 노선이라 한다.
아직 타보지 못하였는데 어떤 사람은 주변 경관이 밋밋하다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전국 40여개소의 레일바이크와 경쟁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도비의 생각은 다르다.
레일바이크로 전국을 제압하자는 것도 아니고, 관광 구색을 갖추자는 것이니 거시기하게 운영만 된다면 거시기 하지 않을까?
요즘 출렁다리가 인기라 한다.
더 길게, 더 스릴 있게 만드느라 전국적으로 경쟁이 붙었다 한다.
우리도 금오산에서 대도까지 출렁다리를 만들면 어떨까?
케이블카 보다 훨씬 인기를 끌 것 같다.
중국 장가계의 유리 다리처럼 사람들이 몰려와 감당이 안 되지 않을까?

하동사람들이여, 이쯤에서 우리의 환상을 깨자.
우리 하동이 관광 1번지이고, 하동 곳곳이 발만 디디면 수채화 같은 곳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자.
하동이 만들면 무조건 사람이 몰려온다는 주술적 믿음에서도 벗어나자.
지금까지 자연과 역사가 빚어놓은 자원을 팔아서 근근이 관광 생계를 유지하여 왔지만 이제 관광 먹거리를 개발하여야 한다.
악양 무딤이뜰에서 100년 먹거리 10차산업(?) 선포식을 가졌듯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관광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

얼마 전 지역신문에 관광1번지 하동 음식문화를 확 바꾼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먹방이 대세를 이룬지도 몇 해가 되었는데도 먹방의 열풍은 꺼지지 않는다.
포털싸이트 마다 먹거리 소개가 빠지지 않는다.
<전국 맛 집 10선> <거제 맛 집 5> <순천 맛 집10> <김밥여행> 등등이 나오는데 아직 하동 맛 집은 나오지 않는다.
하동의 맛 집은 어디일까?
내가 잘 아는 도시에서 온 식도락가가 있다, 소위 개미있는 음식을 찾아 팔도를 떠돌아다닌다.
그분이 하동 음식을 두고 한마디 거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맛을 낼 줄 모르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곳이 하동이다.”
관광의 필수적 요소 중의 하나가 맛이다.
수채화 같은 그림이 발길 가는 곳마다 있으면 뭐 하는가?
배고프면 만사 휴이다. 음식 맛이 없으면 짜증이 난다.
거기에다 불친절하기까지 하면 왕짜증이다.
음식의 맛이 사람 마음먹은 대로 나는 게 아니니 관광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하동관광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음식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예사로 듣지 말자.
<삼포밥상>처럼 생경한 걸 만들어 내지 말고, 나름대로 맛과 멋이 있는 <농가 맛 집> 발굴해보서 육성해보자.
관광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