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하동(河東). 물가의 동쪽이다.
그래서 하동이라 하였다고 알려졌다.
통일신라 경덕왕 때의 일로 전국의 지명을 2자로 바꾸면서 한다사 군을 하동군이라 개명했다.
하동 이천년 사에 제1사건이다.
한다사란 이름도 그 유래가 매우 재미있다.
흔히 모래가 많아서 한다사라 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이가 묘한 주장을 내놓았다.
한은 크다 라는 뜻이고, 다사는 따사롭다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다사는 크게 따사로운 곳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다.
악양을 소다사라 했는데 역시 좀 따뜻한 곳이란 뜻이라고 부연하였다.

왜 강(江)이 아닌 하(河)에서 이름 따 왔을까?
당나라 태종때 지은 <활지지, 活地誌>에는 기문하(己汶河)의 동쪽이라 하동이라 하였다고 여재규(余宰奎)가 지은 하동군사(河東郡史)에 나와 있다.
기문(己汶)지역은 지금의 남원, 곡성, 구례등지를 말한다고 한다.
기문이란 지명 기록은 530년경 양나라에 파견된 백제국 사신의 모습을 그린 양직공도(梁職貢圖)에도 나와 있다.

하동 이천년 사 제2의 사건은 가야 김수로왕의 7왕자가 지리산에 들어와 운상원을 짓고 성불하였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도로망과 교통 발달할 때도 아닌 AD 1세기경의 일이다. 하물며 일국의 왕자들이 합천 가야산을 거쳐, 의령 수도산, 사천 와룡산에 들었다가 지리산에 왔으니 서부 경남을 뒤흔든 대사건 아니었을까?
왜 가야의 왕자들이 그것도 7명이나 떼를 지어 이곳저곳을 떠돌았을까?
거기에다 아들들을 보기위해 다른 나라의 영역인 지리산을 김수로와 허황옥이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칠불사가 있는 곳은 범왕(凡旺)마을이다. 옛 이름은 범왕(梵王)인데 조선조 후기에 슬그머니 바뀌어 버렸다.
범왕(梵王)은 범천왕, 대범천으로 불리며 부처의 곁에서 불법을 보호하는 신이다.
지금이라도 범왕의 한자표기를 바꾸면 어떨까?
더욱 놀라운 것은 가야의 7왕자가 일본까지 갔다는 것이다.
일본 가고시마에는 가야의 7왕자가 일본을 발상시켰다는 유적과 기념비가 있다.
가야 7왕자, 역사의 미스터리(?)이다.

하동 이천년 사 제3의 사건은 낙노국(樂奴國)의 건설이다.
여재규의 하동군사에 의하면 AD108년의 일이다.
고조선이 광활한 만주 벌판에서 한반도 북부에 이르기 까지 광대한 영역을 차지하며 강성했던 시기에 한반도의 남부에는 마한, 변한, 진한으로 구분되는 78개의 작은 국가들이 있었다고 ‘삼국지위지동이전’ ‘후한서’등에 기록되어 있다.
지리적 조건을 바탕으로 형성된 이 시기의 성읍국가는 모두 78개의 부족연맹국가로 54개국이 결집된 마한, 12개국의 변한, 12개국의 진한으로 분립되어 느슨한 국가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큰 나라는 수천 호에 이르고 작은 나라는 수백 호에 불과했다고 하며 큰 나라는 신지(臣智)가, 작은 나라는 읍차가 다스렸다 한다.
약 5천년 전 부터 하동지역에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부족연합의 느슨한 국가형태를 유지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00년 전 부터라 추정된다.
악양을 도읍으로 한 낙노국은 추정컨대 7~8백여 호의 작은 나라로 읍차(邑借)가 다스렸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평지에는 움집을 , 산지에서는 귀틀집을 지었고, 의복은 삼베, 모시 등으로 만들어 입었다.
춤추고 노래하며 술 마시기를 즐겼다 한다.
악양의 정동마을에 솔봉산이 있는데 지금도 토성의 흔적이 남아있고, 산위에 오르면 깨끗하고 넓은 바위가 있는데 회치암(會治岩)이라 부른다.
낙노국의 왕과 신하가 국사를 논하던 회의장소라 전해진다.
솔봉산에서 1km 떨어진 곳에 내둔(內屯, 안둔몰)이라는 궁성경비부대 주둔지인 지금의 하덕마을이 있으며,
4km 지점엔 외둔(外屯, 바깥둔몰)이라는 외곽경비대 주둔지가 있었다. 그곳은 지금도 외둔이라 부른다.
또 동쪽으로는 2,5km 지점에 둔이 (屯伊, 지금의 축지)가 있어 외둔과 함께 나라를 동서로 방위하였다.
무딤이 뜰은 당시 강속의 섬으로 앞군산과 바깥군산을 두었는데 지금의 GOP격인 전방 측후 진지였다.
악양면지에 기록된 이야기로 대가야와 백제가 오랜 세월 낙노국을 두고 쟁패한 것을 볼 때 전혀 근거 없다 말할 수는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동은 참 묘한 곳이다.
특별한 것이 없음에도 사람의 마음을 잡아당긴다.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살피는 것은 과거속에서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으며, 2천년 역사속에 하나되는 DNA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태어났다고 다 하동사람이 아니다.
선조들의 지나온 족적 속에 내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면 어찌 하동인 이라 하겠는가?
근세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하동으로 들어왔다. 모두 하동의 산수를 사랑하고 하동의 기운을 느끼고자 온 사람들이다.
또 수많은 외국여성들이 들어와 하동사람으로 살고 있다.
이들을 하동의 역사와 문화에 동화시키지 않으면 하동사람이 될 수 없다.
하동이 커지는 방법에는 물질적, 경제적 성장이 중요하겠지만 그 이면에 하동인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하동이 서울 근교에 생겨난 신도시들과 무엇이 다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