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누구나 동화작가도 된다. 그래서 수많은 전설과 수많은 신화가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머리를 하늘로 두고 있는 인간들이기에 그것은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동화의 나라가 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이 별은 현재 별자리 수만 해도 88개나 된다고 하며, 육안으로 확인된 별의 개수도 약 5,000개가 된다 하니 실질적인 그 숫자 세기는 무한대요, 무한정이다.
이 무한대의 별이야말로 천구(天球)의 하느님이 우리 인간들에게 선물한 하늘의 꽃밭이요, 바둑판이다. 달이 밤하늘의 램프라면, 별은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식용 알전구처럼 반짝거린다. 나는 유소년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여름밤 또래의 배잠방이 꼬마친구들과 풀밭에 드러누워 과연 ‘나의 별’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실없는 상상도 하며 혹시라도 별똘이 떨어지는 광경을 보는 밤이면, 하도 신기해서 큰 소리로 ‘저~기 별이 똥 싼다.’고 짖궂게 소리소리 질러도 보며, 그 똥이 과연 어디에 떨어질까 하고 뜬금없는 상상의 날개도 달아 보았다. 또 전광석화처럼 떨어져 내리는 순간,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도 들었기에 철없는 말도 구시렁거려 보았다.
사실은 ‘별똥별’이란 이 말이 우리나라 고유의 말이란 것을 안 것은 한참 세월이 지난 뒤였다. 한문으로 유성(流星)이며, 영어로 Shooting Star 또는 Falling Star인데, 왜 별똥별이 되었는지 그 이유도 짐작은 갔다. 지난날 농경사회에서 노상 보고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똥이었기에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곧바로 똥이 연상되어 별똥별이 되었구나 라고 해석하며 혼자서 깨달음의 즐거움도 느껴 보았다. 그 연장선에서 잇똥, 귓똥, 불똥도 생각하며 무슨 대단한 국어학자라도 된 양 쾌재도 불렀다.
또 사람의 수명과 길흉화복을 관장하고 있다는 북두칠성과 칠월칠석이면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위에 놓인 오작교에서 1년에 한 번씩 애타게 만난다는 이야기도 익히 들으며 자랐다. 철없는 어린 시절이라 노상 잠에 취해 있지는 못했지만, 할머니가 새벽이면 장독대 위에다 정화수 떠놓고 칠성님께 공을 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를 통해 들으며 그것이 곧 부모의 마음이란 걸 어렴풋이 짐작도 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갸륵하고 정겨운 광경인가. 비록 시대 차이야 있지만 요즘으로 보면 그것이 곧 교회의 새벽기도와 다를 바 없지 않는가. 아니 자식들의 장래를 그저 돈으로 때우고 돈이면 다 된다는 이 물신시대에서 보면 그 얼마나 고귀하고 고귀해 보이는가. 그러기에 훗날 6.25 전쟁 중에 나온 유호 작사 신세영 노래 <전선야곡>을 군대생활 중에, 또는 제대 후에 부를 때면 2절쯤에 ‘정안수 떠놓고서 이 아들의 공 비는 /어머님의 흰머리가 눈부시어 울었소~’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많이도 해 보았다. 또 이보다 앞서 여름철 소 먹이려 다니면서 혹시라도 칠월칠석에 비가 뿌리면 이별이 서러워 내리는 눈물이라 들었기에 철모르는 소년이었지만 안타가운 마음도 살짝 품어도 보았다. 그리고 더 커서 중고교의 청소년 시절에 늘 듣고 자랐던 별이나 별자리라면 바로 북극성, 십자성, 샛별, 노인성, 사조성 등이다.
북극성은 거의 자리 이동이 없는 붙박이별로 비교적 밝은 별로서 나침반이 없던 옛 시절부터 항해자나 또는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의 길잡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인간 지혜에 감탄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