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산벌’을 보면, 계백장군이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스스로 자결 할 것을 요구하지만 한사코 그러기를 거부하는 부인에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한마디를 던진다.
‘호랭이는 죽어서 거죽을 냄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냄긴다고 혔다. 제발 깨끗하게 가장께～’
이에, 그의 부인은 다시 남편 계백장군에게 당찬 한마디로 응수를 한다.
‘호랭이는 거죽 땜시 뒤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뒤지는 것이여～ 이 인간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라는 이 속담은 ‘호랑이(범)가 죽어서 귀한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죽은 다음에 생전에 쌓은 그 공덕(功德)으로서 명예를 남기게 된다’라는 그런 뜻이다.
아울러, ‘인생(人生)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 생전에 보람 있는 일들을 많이 해서 다음 후세에 명예를 떨치는 것이다’라는 그런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 속담에서의 의미 깊은 그 속의 뜻은 헤아리지를 못하고, 안타깝게도 드러나 보이는 껍데기만을 알아서 행(行)하기 일쑤다.
‘따지고 보면 결과적으로는 된 것도 없는데, 하동군에는 어떤 업적을 쌓거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듯, 구석구석에 마땅치 않은 지나치게 넘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결코 곱지가 않은 그런 말들을 심심찮게 듣는다.
이런 가운데, 악양면에서 ‘악양사랑 가로수 기증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도 뜻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말들이 많다.
면 행정에서는 분명 악양을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發露)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그리고 나름의 뜻 깊은 사업 하나를 추진하였겠지만, 이들 일부 면민들의 주장을 그저 못마땅해 하거나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의 설득력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악양면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그것도 ‘임금님께 진상을 했다’고 만천하(滿天下)에다 자랑하고 있는 대봉감의 주산지라 지난 2009년도에 하동군이 직접 7,600만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서 ‘악양 대봉감 테마가로변설치사업’을 추진해 700주의 감나무 가로수를 심었고 그것을 18년이나 키웠는데 ‘왜 멀쩡한 그 가로수를 뽑아내고 엉뚱해 보이는 일을 하느냐’라는 것이다.
그런데다, ‘감나무 가로수는 슬로시티 악양면의 지역 특성을 반영 하기가 어려우며, 낙과로 인한 도로경관이 저해 될 뿐만아니라, 그로인해 교통사고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라는 이유를 내어 놓았는데 이 또한 얼마나 악양 사람으로써 못할 소리던가.
대봉감의 본고장이라는 악양면에서, 더불어 대봉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할 면행정과 지역의 주민들이 “감나무가 악양면 지역의 특성에 맞지를 않고 떨어지는 감이 걸리적 거리고 보기가 싫다”고 한다면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만 될까.
아무튼, 악양면에서는 기존 감나무 가로수를 뽑아내고 그곳에다 주목나무를 새로운 가로수로 심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무가 보기가 좋고 잘 크지를 않기 때문에 주목나무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뭔가 잘 알지를 못하고 하는 소리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나무가 해발 1,9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인 지리산 등의 척박한 땅에서는 성장에서부터 크게 제약을 받기 때문에 잘 자라지를 못한다지만 온화한 기온의 저지대에 그리고 비옥한 땅에서는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어쩌면 간과(看過)한 것이다.
그리고, 기증받은 주목나무가 1그루당 10만원씩 이라고 하는데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적어도 그 가격이면 나무의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수 있지만 폭 800㎜이상, 높이 1300㎜이상은 충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20년 가까이를 키웠어도 그 키가 채 2m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태반에다, 그것도 몸둥어리는 한움큼도 되지를 않고, 고작 한계절 잎사귀들은 푸르름을 자랑하다 곧 떨어지고 마는 감나무와 죽기전에는 사계절 늘 풍성(2~3년만에 한번씩 떨어짐)하게 그 잎을 자랑하고 아래의 폭이 적어도 한아름이 넘는 그런 주목나무를 비견(比肩)을 한다면 주변의 농작물이나 운전자들에게 과연 어느것이 더 많은 피해를 불러 일으킬지도 심도있게 짚어 봐야만 할 문제다.
지금껏 그 오랜 세월을 속고 또 속아서 고스란히 당하기만 하다 보니, 그저 답답하기만 한 하동군민들의 속 사정에 비춰서 볼 때 속전속결(速戰速決)의 마하행정 어쩌면 그것이 참 시원시원해서 좋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일부의 군민들이 우려를 하는 것처럼 반드시 모두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그것에다 자신의 어떤 업적을 쌓으려 들거나 지저분하게도 흔적이나 남기려 해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