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훈장께서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오라고 시키셨다. 냉큼 계곡으로 가서 물을 담아 갖다 드렸다. 그런데 훈장께서 세숫대야의 물을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물의 양이 필요한 것보다 많구나. 다음부터는 줄여서 적당히 가져오너라.”
“예.” 훈장의 말씀이니 일단 대답은 했다. 화장지를 갖다 드려도 필요한 만큼만 쥐시고 나머지는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하시는 분이었다.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계곡에는 물이 계속 흐르고 있어. 그 흘러가는 물을 조금 더 쓴다고 아까울까?’ 그런 의문이 들기는 하면서도 다음에 훈장께서 물을 받아 오라고 하셨을 때는 계곡에서 적당한 양만 담아 갖다 드렸다. 그러면서 차츰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게 되었다.
‘가물 때를 생각해 보라. 물 한 방울도 얼마나 귀한 것인가. 흘러가는 물이라도 아껴서 써야 한다. 사람은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산다. 그런 자연의 어느 일부라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그렇게 답하고 보니 스승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자들에게 이런 일 저런 일을 의도적으로 시키시고, 그 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신 후에 필요한 가르침을 주신 것이었다. 강산이 몇 번 바뀌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 세숫대야의 물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그때의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 절약하는 태도를 갖도록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서도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자녀가 욕실에서 물을 아무리 낭비해도 ‘물 값 조금 더 내고 편하고 풍족하게 쓰지.’ 하면서 낭비를 막아 주지 않으면, 자녀는 절약의 미덕을 배울 기회를 놓치는 꼴이 된다.
절약 정신만이 아니다. 자녀의 모든 버릇, 습관, 태도, 자세, 그 모든 것은 훈련을 통해서 바르게도 되고, 바로잡아 주지 않아 나쁜 쪽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태어날 때 좋은 버릇 혹은 나쁜 습관을 갖고 태어나는 자녀는 아무도 없다.
어머니가 이웃집에 놀러갔다. 어머니는 외출하고 돌아온 그 집 아이가 자기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부러워한다.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는 자기 자녀와 비교가 되었다. 어머니가 이웃집 여인에게 말한다.
“참 좋으시겠어요. 신발 바로 놓는 것 하나만 봐도 아이가 좋은 품성을 갖고 태어난 걸 알 수 있겠어요. 우리 집 아이는 어떻게 된 셈인지 신발도 똑바로 놓을 줄 몰라요.”
이웃집 여인이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우리 집 아이도 천방지축이었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연습을 시켰죠. 가족들 신발을 정리하도록 몇 번 시켰더니 저렇게 자기 신발을 똑바로 놓게 된 거예요. 가정이 군대는 아니지만, 연습과 훈련 없이는 습관이나 버릇이 바르게 되지 않아요.”
이웃집 여인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쩌다가 덤벙거리는 자녀에게 야단을 치기만 했지 신발을 제대로 놓도록 훈련을 시킨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