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비 문 찬인

올해는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이다.
닭은 새벽이면 때를 맞춰 운다.
닭 울음소리는 천지개벽이나 난세를 평정할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태초의 소리였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는 하루뿐 아니라 한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전주곡이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의 광야)

닭은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신묘한 힘이 있었다고 옛사람들은 믿었다.
마을에 돌림병(전염병)이 유행하면 닭의 피를 대문이나 벽에 바르기도 했다.
새해에 액운을 쫓고 복을 빌면서 대문이나 벽장에 붙이는 그림에도 닭이 들어갔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신년사에서
“불교에서 닭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군다리 보살의 화신이며, 약사여래불을 수호하는 12나한 가운데 하나인 진달라 신장(神將)을 상징한다.”고 했다.

닭은 12지(十二支)중 유일한 조류이다.
구한말 당대 최고의 유학자로 하동군 옥종면 종화리에서 태어난 하달홍(河達弘, 1809~1877)은 그의 문집 월촌집(月村集)에서
“닭은 머리에 관을 썼으니 문(文), 발톱으로 공격하니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을 것을 보면 구구하고 서로 부르니 인(仁), 어김없이 때를 맞추어 우니 신(信)이다. 5가지 덕을 갖춘 영물이다.” 했다.

올해는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데다 대통령 탄핵심판, 대통령선거 등으로 나라가 한참 어수선할 것이다.
그럼에도 새 시작을 알리는 닭의 해이고 닭은 불의와 사악함을 물리친다고 하니, 이 땅에 밝은 세상이 열릴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올바른 것을 정의라 하고, 바르지 못한 것을 불의라 말하게 하고.
주군과 신하라는 작은 도리에 얽매여 국리민복이라는 큰 도리를 져버리는 패악한 무리들이 설치지 않게 하고,
팍팍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한결 나아지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이 나라에서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이 연말에 새해에 바라는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바꾸자.
혁고정신(革故鼎新) 옛것을 새것으로 고친다.
노적성해(露積成海)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회천재조(回天再造) 하늘을 돌려 새롭게 만든다.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
참 좋은 말들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꼭 이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유년은 우리 하동에도 희망이 시작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하동 군수는 신년사에서 ‘새로운 하동 더큰 하동’을 위해 힘차게 전진하겠다고 했다. 일회용 인사말이 아니라 군수의 각오와 의지가 담겨있었으면 한다.
하동굴기(河東倔起). 하동이 우뚝 일어선다는 말이다.
정유년에 도비가 군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자성어이다.
우리 하동이 우뚝 일어서기 위해서 우리가 풀어야 할 난제가 하나둘이 아니지만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갈사조선산단’의 정상적 추진이 아니겠는가?
‘갈사조선산단’의 깃발을 봉화처럼 던지 어언 10여년이 되었다.
인걸은 다 어디로 갔으나 땅은 그대로 남아있고 중단된 터에는 휑뎅그레 바람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해양매립면허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급하게 기공식을 올린지도 한참 되었다.
그동안 군수가 바뀌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곧 풀릴 것이라는 ‘갈사조선산단’이 무슨 연유인지 아직도 표류중이고, 관련 당국에서는 이렇다 할 설명조차 없다.
들리는 말에는 답도 없고 길도 없다고 한다.
이제 군민들과 머리를 맞대어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날의 잘못보다는 앞으로의 해법 찾기가 더 급하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는 ‘새만금개발’도 시작된 지 만 3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대형 프로젝트에는 보이지 않는 난관이 많다. 갈사도 하동 초유의 프로젝트 아닌가? 어찌 어려움이 없겠는가?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갈사의 미래를 군민이 다함께 의논하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하동굴기(河東倔起)의 또 다른 포인트는 하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50만 내외군민을 한울타리에 가두는 일은 하동의 역사와 문화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420년전 정유재란으로 이 땅이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을 때 경상우도 방어사로 왜적의 중로군(中路軍)을 막아내어 이순신과 함께 선무1등공신이 된 육지의 이순신, 63전63승 불패의 장수, 역사가 잊어버린 성웅 정기룡장군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몽고의 침입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사재를 털어 팔만대장경 간행에 나섰던 정안선생
학자들은 그가 없었다면 팔만대장경도 없었다고 이야기 한다.
올 정유년 한해가 잊혀져가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하동만의 독특한 얼과 멋을 찾아내는 시작의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