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저절로 멍 해지며 어지럽고, 편할 날 없이 속은 메스껍기만 하다.
두눈은 마치 초점을 잃은 듯 흐릿 해 지고, 가슴 한 구석에는 휑 하니 큰 구멍이 난 것만 같다.
목구멍으로 무엇을 떠 넘겨도 위장에서는 그것들을 거부하고, 하루에도 수십차례 속 저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덩어리진 한숨은 곳곳에다 볼썽 사납게도 내뱉어진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이러한 증상을 느꼈으니, 최근 사상 최대의 환자 발생을 우려하고 있는 독감에 걸린 것은 결코 아닌 것 같다.
텔레비전을 자주 보지를 못하지만, 최근에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그 외에는 가끔 ‘썰전’ 같은 시사성 있는 토크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채널에서 ‘UFC경기’를 보는 것, 그리고 유선방송에서 재방영을 하고 있는 ‘야인시대’를 보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혼잡스럽고 얄궂은 작금의 현실에서 한번쯤 벗어 나고 싶고, 이놈 저놈 이것 저것들을 곱씹어 주고도 싶고, 지역 사회와 세상을 혼란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상식 이하의 자들을 넉다운 되도록 흠씬 두들겨 주고 싶고, 온갖 횡포를 부리는 가진 자들과 쥔자들에게 똥물이라도 뒤집어 씌우고 싶은 그런 속마음에 대리만족 또는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느낄수 있기 때문이다.
정국(政局)의 상황을 몇몇 패널이나 불러다 연일 곱씹어 대는 일부 방송 프로그램과 추측성 보도 등으로 머리속에 혼란만 가중 시키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뉴스의 경우는 리모콘을 누르다 얼핏 지나기만 해도 저절로 진저리를 치게되고 이내 속까지 메스꺼워 진다.
과연 나만 그런 것 일까.
얼마전 목욕탕에서 그리고 식당에서 만났던 어떤 사람들도 ‘또 눈뜨자 마자 최순실이가’·‘저것들은 어제도 하루종일 같은 소리를 떠들어 대더니 오늘도 나와서 저러나’·‘큰소리는 치는데 저 국회의원들도 저럴만한 자격이 되나’·‘이제 보는 것 조차도 짜증이 난다 그만 다른데 돌리라’고 했으니 다소 차이가 있을 뿐, 결코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작금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최근에 걷잡을 수 없이 막대한 피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AI(조류인플루엔자) 보다도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한, 특히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아주 치명상을 입히는 몹쓸병이다.
그런 몹쓸병, 그것도 꼭 이 나라에서 가지고 쥐었다는 자들이 퍼뜨리는 문제의 몹쓸병 바이러스는 여전히 정치 후진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치료제 조차도 개발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이 나라의 정치사를 돌이켜 보면, 적당한 때만되면 여지없이 유행성으로 몹쓸병이 발병하여 왔던 터이지만, 병신년(丙申年) 말미 올해의 경우는 그 병세가 워낙 심해 이미 걷잡을 수가 없게 되어져 버렸다.
심각한 병세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작금의 고통에 대한 그 뒷 감당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이며, 드러난 피해에 대한 보상은 과연 누가 해 줄 것 이던가.
아무튼, 성급한 마음에서 부디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첫발을 내딛기 전에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병신년(丙申年)의 몹쓸병에 대한 치료제나 치료방법이 나올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를 갖는다.
아울러, 하동군의 ‘갈사만조선산업단지’를 비롯해 ‘대송산업단지’·‘신천지관광랜드’·‘금성조선농공단지’·‘대도섬관광휴양단지’·‘해양낚시공원’·‘섬진강100리테마로드’ 등과 대한민국 알프스를 자칭하는 하동의 젖줄(하천)에서도 어떤 몹쓸병의 바이러스가 혹여라도 검출이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