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 간다.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세월이었다.
어둡고 어리석어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가 바로 서지 못하였다.
혼용무도의 세상은 2016년 대한민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진시황을 섬기던 환관 조고(趙高)는 시황제가 죽자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리고 어리석은 왕자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 다음 진나라의 실권을 장악하였다.
조고는 조정 중신 중 자기편과 아닌 편을 가려내기 위하여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황제에게 말한다.
“폐하 저것은 참 좋은 말입니다. 폐하를 위해서 구했습니다.”
“승상 저건 사슴이지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조고가 계속 말이라고 고집하자 황제는 중신들에게 물었습니다.
조고를 두려워 한 중신들이 “저것은 말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중신 중 몇이 사슴이라 하였지만 나중에 모두 처형당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의 정치판이 그 때의 복사판이다.
사슴이라 한 사람은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쫓겨나고, 사슴을 말이라 한 소위 진박은 살아남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무리들에 둘러싸여 불의를 정의라 강변하는 좀비들이 득세를 하고, 결국에 나라는 어둡고 어리석은 혼용의 길을 간 것이다.

매주 토요일 밤마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혼용의 시대를 마감하고, 불의를 정의라 하는 세상을 끝내고자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든 것이다.
대통령은 탄핵되었지만 어둠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대통령’과 그녀의 그늘에서 호가호위하던 무리들이 촛불의 격랑을 되돌리고자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의 기세를 틈타 ‘이석기 석방하라’ ‘한상균 석방하라’ 외쳐대는 좌파 좀비들이 이때다 하고 발호하고,
다 죽은 줄 알았던 우파 좀비들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꼬락서니가 애처롭기 까지 하다.
“ 이젠 새날을 열어야 하는데... 그러자고 촛불을 들었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만 먹게 되는 건 아닌지?....”
병신년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도 선뜻 새날을 기다리지 못하는 소회가 여기에 있다.

내년은 정유년(丁酉年)이다.
음양오행으로 보면 ‘정화유금 丁火酉金’ 으로 하늘의 기운은 불(火)이고, 땅의 기운은 쇠(金)이다.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천간의 화(火)는 음의 불길이고, 지지의 금(金)은 양의 쇠이다.
화극금(火克金) 화가 금을 극하지만 음의 불길은 그 기운이 약하여 양의 쇠를 녹이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내년은 지금의 혼란이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강력한 금 기운에 의해 질서와 안정을 되찾을 것 같다는 게 명리학자들의 견해인 모양이다.
어쨋거나 내년 상반기 까지는 다소간의 혼란이 있겠지만 하반기 접어들면서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고 사회가 안정을 되찾는다 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1597년도 정유년이다. 이 해에 정유재란이 일어났다.
패색이 짙어진 왜군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으나 명과의 화의가 결렬되자 다시 대군을 이끌고 침입한 것이다.
7갑자 420년 전의 일이다.
설마 그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겠지?....

이제 촛불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정유재란을 일으켰던 왜병을 격멸했던 그때처럼 좌니 우니 진보니 보수니 전라도니 경상도니 그런 거 구별하지 말고
제대로 대통령 뽑자.
대통령된 사람은 이 시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을 집주하고 새롭고 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촉즉발의 남북관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 복잡한 미, 일, 중, 러 의 움직임.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과제가 없다.
안으로는 내정을 개혁하고, 밖으로는 북한의 위협과 4강의 치킨게임에 대처해야 한다.
게다가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날이 갈수록 구차해 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 혼용의 세월을 마무리 하는 그날이 왔으면 한다.

제법 이름 있는 명리학자와 관상가들이 모여 정유년의 국운을 예측했다. 재미로 살펴보자.
경제는 계속 어렵다. 주식 등에 투자하지 말고 금이나 부동산을 노려야 한다.
북한의 발악은 계속되고, 핵의 경량화에 성공하여 남한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혹 김정은의 신상에 이변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은 반기문, 문재인, 이재명, 손학규 중에서 나올 것이나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