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 비 문 찬인

관중이 쓴 관자(管子)라는 책에 곡목구곡목(曲木求曲木)이라는 말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이 어느날 관중과 함께 마구간을 둘러보다가 관리인에게 어떤 일이 가장 힘든지 물었다.
그러자 그 관리는 마구간 우리를 만드는 일이 가장 힘들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를 만들 때 처음부터 굽은 나무를 쓰게 되면 다음에 이어서 붙일 나무도 굽은 나무를 쓸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 전체가 구부러지고 맙니다.”
先傅曲木 曲木又求曲木 ( 선부곡목 곡목우구곡목)
-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굽은 나무가 또 굽은 나무를 구하게 한다. -
인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처음부터 직목(直木=곧은 목재)과 같은 인물을 쓰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 곡목(曲木=굽은 목재)을 쓰면 다음번에도 곡목을 쓰게 되어 부패와 무능의 고리가 점점 이어져 나라를 망하게 하기 십상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권력은 부패를 초래하고,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 있다. 제멋대로 자란 대나무는 만 그루라도 잘라내어야 한다’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바깥의 침략이 아니라 지도자의 부정부패에 이은 민심이반이다’라고 경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탄핵을 이끈 동력은 나라를 걱정한다는 정치지도자들이 아니라 ‘이게 나라냐? 이젠 바꾸자“는 광장의 장삼이사(張三李四)였다.
50여 일간 타오른 600만개의 촛불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민적 기대를 배신하고 국정을 농단당하면서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대통령의 퇴진에 그 답이 있는 것일까?
아니다! 촛불이 원하는 답은 박근혜 이후에 있다.
우선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허용하는 이 나라 통치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시민들이 쟁취한 제6공화국이라는 지금의 헌법을 만든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이 나라의 제왕적 통치는 종식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어 온 것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 나를 따르라’는 교조적, 권위적 리더쉽에 더하여 정권의 무능함이 가져온 국민적 좌절감이 이 분노 속에 있는 것이다.

흔히들 보수와 진보를 말한다.
새누리당 등 집권세력은 보수이고, 민주당 등 야권세력은 진보라는 어줍짢은 프레임으로 정치와 나라를 이야기해 온 우리 모두에게 오늘의 국정혼란의 책임이 있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는 나라의 안정적 발전을 추구하고 국민의 행복을 도모하는데 있다.
권력에 야합한 재벌들, 권력에 부화뇌동하여 춤추고 사익을 챙긴 국가조직, 거기에다 정의를 정의라 하지 못하고 마치 조직폭력배처럼 맹종과 패악을 일삼은 패거리 정치인들도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보수의 가치는 ‘참다운 도덕성’에 기반함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정치문화를 형성하여 보수라는 이름으로 패악을 저지르는 가짜보수를 가려내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18%에 근접하여 반기문, 문재인과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론에서 제법 크게 보도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시장이 광장의 민심에 재빠르게 반응한 탓이다.
민주, 국민당 등 야권 정치세력은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음에도 민심보다는 앞으로의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였다.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걱정과 성찰 없이 대선의 유불리를 먼저 따진 사심에 가득찬 권력의지를 내팽개치고 이 나라 국가개조에 앞장서야 한다.

박근혜 이후의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야하나?
600만 촛불의 의미를 잘 새겨 보아야 한다.
광장의 합창은 대통령 퇴진은 물론이고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평등을 해소하여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이다.
그것은 정의의 시대, 평등의 시대, 공정한 사회를 위해 나라를 근본적으로 대개혁 해달라는 것이다.
이제 보수든 진보든, 문재인이든 반기문이든, 안철수든, 이재명이든 모든 정치 지도자가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방치하고 기득권체제에 암묵적으로 편승하여 자리보전과 사익을 추구한 정치 리더십을 깨부수겠다고, 지난 역사가 드리운 그늘을 극복할 제도개혁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당당히 나서겠다고, 우리나라에 희망이 있음을 당신들이 보여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