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해 풀기가 쉽다. 현재 하동 군정의 문제는 눈에 보이는 것은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다.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단순 행정기관적 업무만 보면 어쨌든 책정된 예산은 잘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잘 썼느냐이고 그것이 하동군민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었는가 인데 그것은 보이지 않는 문제이고 여론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군민들은 잘 못살고 있다고 한다. 봄부터 매실값 폭락에서 시작해서 감 시세가 없는 것까지 군민들의 기대는 섬진강 안개처럼 사라졌다. 국민적 소비행태의 문제이며 소비자의 주머니가 비어 있다 보니 농산물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군민들은 대개 알고들 있다. 진작 문제는 하동군 차원의 문제해결 의지와 능력이 있었는가인데 군민들은 기대감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군민들이 이처럼 군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것은 다 제치고 가장 지적해야 할 것은 군정을 꾸려나가는 공무원들에게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번 칼럼에서 말을 몰아가려하나 말은 제 풀뜯기에 여념이 없다는 비유를 들었었다. 윤상기 군수가 말을 어떻게 어디로 몰고 가려하는지, 제대로 몰고는 있는지는 유권자들이 표로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곱씹어 봐야 할 말이 있다. 공무원 사회에서 나온 말이니 전혀 엉뚱한 말은 아닐 것이다. 실과장들을 중심으로 하동군의 공무원들은 군수에게 제대로 된 보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보고를 해도 지적을 받고 보고를 하지 않아도 지적을 받으니 차라리 보고를 하지 않는 게 관행이 되어간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데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이 정말이라면 무사안일이고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사회가 잘 굴러가는 비결은 조직적 질서와 소통이다. 공무원 사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하동군의 문제는 보통 큰 것이 아니다. 더욱이 군민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군정이 이 모양이면 그 피해는 몽땅 군민이 입는다.
말이 제대로 가지 않는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횡천 개인마을의 또랑 확장은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총 공사비가 3억 가까이 되는 규모였다. 그런데 그 공사 진행 과정은 주먹구구가 오히려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또랑을 복개해서 마을 한 길로 사용하고 있는 마을 특성상 공사기간 단축은 필수요소임에도 4월에 시작한 공사는 11월에야 마감이 되었다. 예산 확보를 이유로 공사가 1, 2차로 나누어진 것은 그나마 이해 할 수 있다. 공청회 때 주민들이 구배 문제를 지적했지만 설계에 반영되지 않아 복개될 또랑에 한 자 높이의 턱이 생기게 해 놓더니 이를 지적하자 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넓혔는데 이리 되면 물의 병목현상으로 피해 소지가 있거니와 복개해야 할 7M를 누락해서 공사자에게 전가시키는 과정에서 공사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2차 공사는 더욱 가관이었다. 또랑을 파면서 바로 옆의 전봇대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서 한전으로부터 공사 중지 명령을 받았고 결국 마을 밖으로 파 낸 흙을 도로 가져와서 되메우기를 한 다음 전봇대를 이설하고 다시 파낸 것은 만화경 수준이다. 그 과정에서 약속했던 공기단축은 최소 보름 이상 늘어났고 추석 벌초객과 마을 출향인들로부터 주민들이 욕을 먹었다. 그 뿐이 아니다. 주민 지적으로 준공검사와 지불까지 마친 뒤의 복개된 또랑 하부에서 퍼 올린 시멘트 부산물과 건설 자재가 1톤 트럭으로 세대 분은 넘었다. 상습적인 범람을 해결하고자 고통을 감수했던 주민들로서는 폐자재가 막아선 복개 또랑으로 입을 피해를 떠올리며 질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유감인 것은 그 과정에서 담당 과장은 전혀 나타나지도 않았으며 주민의 전화도 회피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한 부서의 문제이며 하나의 공사에 국한한다면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하며 넘길 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을 겪으면서 들은 말이 하동군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장이 나와 일이 늦어진 것을 주민에게 설명했다면 주민들의 격앙된 마음은 많이 해소되었을 것이다. 일개 과장이 현장 나가는 것을 꺼리는데 군수가 발품을 팔아본들, 민원사업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있어본들 백년하청에 다름 아닌 것이다.
치도의 성패는 다스리는 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용인을 빼고 논할 수 없다. 군민들은 말한다. 윤상기 군수가 일을 하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이래서는 곤란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많다.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사고하고 행동할 때 스스로의 가치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하고 안 보이는 것은 감추면 하동군이 어디로 갈 것인가. 그 책임이 군수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다. 때 마침 시민단체인 군민참여연대 하동 민본에서는 군민과 함께하는 하동군 행정에 도움을 주고자 제 1회로 하동 농업 희망은 없는가를 주제로 한 포럼을 연다. 군민과 공무원이 모두 함께 가고 하동이 전국에 이름나는 자긍심을 위해 함께 열정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