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비 문찬인

예부터 만리장성 동쪽의 땅 고구려 옛터는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 중원(中原)이라 불렀다.
최근세 한족(漢族)이 융성하여 황하주변을 중원이라 부르기도 하였지만 동아시아의 패권은 오랜 세월 광활한 만주 벌판을 지배해온 한민족(韓民族)에 있었다.
약 5천 년 전. 단군은 하얼빈 완달산 신단수 아래에서 ‘중원무림’을 창설하였다.
단군 이래 수천 년, 세월의 부침과 역사의 영욕이 함께 해왔지만 ‘중원무림’은 그 맥이 끊이지 않고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비록 ‘남북무림’으로 나뉘어져 예전의 성세를 자랑하지 못하지만 ‘ 남무림’의 급속한 발전으로 세계무림연방에서 어느 누구도 중원무림을 함부로 하지 못하였다.

중원무림의 총맹주가 거처하면서 집무를 보는 ‘북악와’에서 깊은 고뇌에 잠겨 수심이 가득한 60대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중원무림 사상 처음으로 여성맹주가 된 ‘그네우녀’였다.
약 40년 전 중원무림을 철권통치를 했던 ‘박정용협’의 딸로 무림에 뛰어든지 15여 년 만에 맹주의 자리를 차지한 신화적 인물이다.
자신에게 ‘영생공’을 전수해준 ‘태민도사’와 그의 딸 ‘순실귀녀’
그들의 ‘영생공’은 무림에서 금기되어 있는 사악한 무공이다.
총맹주가 ‘영생공’이라는 악마의 무공을 연성하였고, 그들과 결탁하여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알려지자 격분한 무림맹 무사들이 한 달 여 촛불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수가 자그마치 2백만에 달하였다.
호사가들은 5000년 무림맹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라 한다.
게다가 ‘그네우녀’의 집권에 비판적이던 재야무사들의 집단인 ‘더불방’과 ‘민의방’마저 가세하였을 뿐 아니라,
철저히 충성하던 무림맹 감찰당까지 등을 돌려 ‘그네우녀’를 공범이라 밝히는 등 중원무림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백가쟁명의 해법이 난무하지만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급기야는 외국 무림방에서 조차 중원무림을 웃음거리로 조롱하고 있다.
‘그네우녀’ 맹주의 충직한 주구이던 ‘새눌방’에서도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 하겠다’고 비주류들이 들고 나오는 실정이다.
“죽으면 죽었지 나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야. 내가 무슨 죄가 있어”

4년 전 무림대회에서 ‘그네우녀’에게 1초식 간발의 차이로 패하고 재야에 머물러 있는 ‘암본재인’은 가장 강력한 차기 맹주 후보다.
“ 나서자니 그렇고 안나서 자니 촛불이 보이고... 이거 원”
나서자니 총맹주 욕심으로 나선다 할 것이고, 안나서 자니 200만 무사들의 촛불도 무시할 수 없고 진퇴양난이다.
‘그네우녀’에게 패한 가장 큰 요인이 내공의 부족이었다.
‘암본재인’의 필살기 ‘노통신공’은 최소 3갑자의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암본재인’의 내공은 아직 3갑자에 이르지 못하였다.
‘그네우녀’ 총맹주가 사퇴하더라도 아직 부족한 내공으로는 차기 무림대회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기름신공’으로 세계무림연맹의 제2인자가 된 ‘기문신협’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네우녀’와의 연대를 통해 차기 무림맹주를 꿈꾸어 왔으나 모든 것이 틀어져 버렸다.
‘기름신공’은 수비에는 능하나 공세에는 파괴력이 없다. ‘그네우녀’에게서 ‘영생공’의 필살기 ‘무당탈춤법’을 전수받지 못한다면 비무대회에서 승리는 불가능하다.
고향 충청도의 가전비공인 ‘양반신공’이 있으나 애써 무시하여 수련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임기가 끝나고 내년 1월에 귀국하려 했는데 그 안에 새판이 짜여질 것 같다.
“아! 총맹주 자리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지 인간의 힘으로 어찌 되는 것은 아닌가벼.”

‘철수필공’으로 일세를 풍미하다 겨우 재야 무림방인 ‘민의방’을 만들기는 했으나 세부족으로 힘들어 하는 ‘철수서생’에게 이번 영생공 파동이 기회가 될것인가?
200만 재야 무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도 강하게 ‘그네우녀’의 탄핵을 주장하였으나 ‘개방’의 여론조사 결과 더불방 지방 무림의 분타장인 ‘재명신협’의 ‘갈구자신공’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철수서생’은 겨우 2갑자에 불과한 자신의 내공을 되돌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만다.
내공은 부족하지만 ‘새눌방’ 비주류 세력의 도움을 받으면 지난 원로원 선거 때처럼 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는 거야.”

200만 재야무사들의 촛불에는 이참에 우리나라를, 우리사회를 확 바꾸어야 한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1980년 이래의 적폐를 모두 청산하기 위하여 국가 대개조에 나서자고 하는 것이다.
개헌은 당연하고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 그리고 모두가 목말라 하는 ‘공정사회’의 틀을 이참에 만들자는 것이다.
‘그네우녀’ 퇴진 정도로 만족할 수 는 없다. 국민의 손으로, 국민의 힘으로 해내겠다는 그 갈망과 의지를 읽지 못한다면 아무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이다.
혼란의 나라를 구해낼 영웅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