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男女老少)의 마을 주민들이 늘 고요한 아침을 맞고, 오순도순 어우러져서 평온한 하루를 연이어 그렇게 오랜 세월을 아무런 탈 없이 지내왔던 하동군 양보면 장암리 중하쌍 마을이 최근에 들어 급작스럽게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1가구에 66명의 주민들이 거주를 하고 있는 아주 작은 촌락(村落)의 그 속 사정을 들여다니 마치 ‘폭풍의 전야’ 내지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 했다.
몇 되지도 않은 마을 주민들은 이미 사분오열(四分五裂)이 되어진 듯 했고, 최근 급작스럽게 낮아진 초겨울의 날씨 탓이라 돌리기도 어려울 만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스런 냉기가 흘렀다.
이렇듯 마을의 상황이 급변한 것은 한동안 운영을 하지 않고 있었던 돼지 축사를 올해 초 기업형 규모를 갖춘 외지(外地)의 양돈 업자가 매입 후 다시금 양돈을 추진하면서 부터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서의 돼지 사육장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고, 시작 단계에서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까지 합세를 해 줌으로써 힘을 얻는 듯 하였으나 그것도 잠시, 두어달도 채 가기도 전에 어느순간 잠잠하게 물밑으로 가라 앉은 듯 했다.
그러나 사실은 마을주민 해봐야 몇 안되는 작은 마을, 더구나 고령의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 그것에다 순하디 순한 노인들에게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 소식이 들리고, 평생 만져 보지도 못했을 수억원의 손해를 배상해야 된다느니,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자 기절초풍을 하면서 진저리를 치고 그저 울분을 삭이는 이 상당수인 듯 보였다.
훗날에 파생될 어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는 커녕 전혀 생각 조차도 하지 않았을 순박한 마을 주민들은 당초에는 대수롭지 않게 외딴 마을을 찾은 외지인(外地人)을 어쩌면 반겼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온 평생에 한번 만져 보지도 않았을 붉은색 띠를 머리에다 가슴에다 둘러야 했고, 밥숱갈 드는 것 조차 힘에 겨운 뼈마디 앙상한 손아귀에다 무거운 핏켓을 들어야 했고, 명절날이면 ‘향우님들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라는 현수막 한 장도 어려웠을 처지에 ‘맑은 청정지역에 돼지축사 결사반대’ 라고 다소 험상궂어 보이는 붉은 색 현수막을 마을 어귀에다 내 걸어야만 했다.
어디 그뿐이던가, 늘 우러러 보고 존경의 대상 이었던 군수를 찾아 겨우 새어나는 목소리를 한껏 올리려 용을 써야만 했고, 더러는 ‘내가 괜히 말 한마디 잘 못해서 동네가 이 지경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자책을 하며 깊은 시름에 빠지는 이도 있다.
마을 주민들은 그저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인 행복 추구권’과 ‘생존 또는 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조건의 확보를 요구하며 생존권’을 지키려 하는 것 뿐이고, 양돈 사업을 하려는 축산업체 측은 ‘어렵게 적당한 자리를 찾아 마련한 해당 축사에서 내 재산적 가치를 지키려는 재산권 행세’와 ‘어떤 이유에서건 추진한 사업에서 기본적 기업의 목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어떤 노력을 기우리는 것’ 뿐이다.
따라서,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기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바로 하동군과 관련 행정의 현명하고 분명한 역할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청 정문 앞까지 몰려들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은 ‘군수가 면담도 받아 주지를 않고 단한번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그렇게 원망을 했고, 이제는 마을에서 바깥 출입 조차도 두려워 하는 주민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치며 ‘국민을 위해 존재를 한다는 공무원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커녕 양쪽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어떻게 저럴수가 있느냐’라고 탄식을 했다.
양보면 장암리 중하쌍 마을의 작금의 상황을 들여다 보면서, 하동군이 노력도 없이 답안지나 꼬불쳐서 “빵점” 같은 “백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로 “백점” 같은 “빵점”을 받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