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비 문 찬 인

참 놀라운 이야기였다.
하동 출신으로 한일 고대 관계사를 공부하는 정선생을 만난 것이 한달 전 쯤이었다.
하동과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동 칠불사의 칠 왕자가 성불한 이후 일본 남규슈의 가고시마현으로 옮겨와 살았으며, 관련 유적이 가고시마 일대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도비의 놀람에 관련 자료를 뒤적여 보여 주었다.

가야의 김수로왕과 인도 아유타국의 허황옥이 결혼한 것이 AD 48년 이었다.
허황후가 돌아가신 것이 AD189년이니 근 140년을 수로왕과 함께 살았다.
허황옥과 김수로의 러브 스토리는 일연이 쓴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상세하게 전한다. 김수로왕의 가야에 대한 기록으로는 '삼국유사'가 거의 유일하다
' 삼국유사 가락국기'는 김수로왕이 사망한 AD199년에서 거의 900여년이 지나 금관지주사의 문인이 기록한 것을 일연이 100여년 이후에 다시 '삼국유사'에 옮겨 실은 것이다.
삼국유사에는 큰 아들 태자 거등왕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나머지 왕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그러나 '김해김씨 선원보'등 족보에는 김수로와 허황옥 사이에 10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 태자 거등은 왕위를 잇고, 둘째, 셋째는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었으며, 나머지 일곱 왕자는 외삼촌 장유보옥 화상을 따라 지리산에서 성불하였다고 전한다.

장유화상과 칠 왕자는 김해를 떠나 합천 가야산에서 수도하다가 의령 수도산과 사천 와룡산을 거쳐 하동의 칠불사로 들어온다.
칠불사에서 수행에 힘써 마침내 성불하였다. 따라서 절 이름도 칠불사라 하게 되었고, 아들들을 보러온 김수로와 허황옥이 칠 왕자를 본 '영지'의 전설과 두 분이 머물렀다는 지역의 지명 등이 전해온다.
그런데 칠 왕자가 일본으로 떠났다니......
그리고 일본 땅에 그들의 유적이 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여 관련 자료를 살펴 가야 칠 왕자의 일본 도래설을 소개 하고자 한다.

일본 규슈 일대는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본 열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매우 따뜻한 지방이다.
예로부터 가야 칠 왕자의 일본 도항설과 히미코의 야마대국 건설 등으로 가야의 분국이라 할만큼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7왕자의 유적은 가고시마 고쿠부(國分)와 가세다(加世田) 지방에 밀집되어 있다.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의 서쪽 자락인 사쓰마반도 남쪽의 가세다시(市)에는 김수로왕의 7왕자가 일본에 도래하여 이곳에 궁궐을 짓고 나라를 다스렸다고 한다.
칠 왕자가 강림한 '다카치호미네' 는 '일본서기' "고사기'등의 일본 역사서에 일본 발상의 땅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세다시에서 서쪽으로 약 6km쯤 가면 길가에 <일본발상의 땅>이라고 적힌 유래비가 있고, 오른쪽 산 언저리에는 궁궐터인 '가사사 궁지'가 있다. 가사사에는 7왕자를 신으로 모시는 가사사 신사도 있다.
7왕자의 화신인 '니니기노미코토'가 가사사 해안에 닿은 후 이곳에 궁궐을 짓고, 고대 일본의 신대(神代)를 열었다고 일본 발상의 땅이라 부르고 있다.

가고시마현 고쿠부 지방에는 7자가 들어가는 유적과 지명이 밀집되어 있다.
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가야 7왕자의 도래설을 뒷받침하고 있는 증거라 말하고, 고쿠부 평야를 끼고 흐르는 '아모리가와' 와 '겐코가와' 주변 산릉에 '시치구마'라는 일곱 개의 토성이 7왕자의 산성이라고 한다.

또 규수에는 가락국 김수로왕의 공주로서 일본에 건너가 야마대국의 여왕이 된 '히미코' 즉 묘견(妙見)공주의 유적이 곳곳에 있다.
구마모토현 야스시로 시의 구마천에 가야 사람들이 도래했다는 하동도래비(河童渡來碑)가 세워져 있는데, 이 비는 2~3세기경에 가야인을 데리고 온 묘견 공주가 이곳에 닿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놓은 것이라 한다.
야스시로시에는 묘견공주를 모시는 묘견궁 영부신사도 있다.

김해김씨 왕세계 등에 의하면 김수로의 7왕자가 성불한 후 구름을 타고 떠났다는 기록이 있고,
또 선견과 신녀가 구름을 타고 떠났다는 기록도 있는데 2대 거등왕이 돌섬바위에 선견왕자를 부르는 그림을 새겨서 그 바위를 초선대(招仙臺)라 부른다 한다.
어찌되었던 7왕자의 이야기는 김해, 하동을 뛰어넘어 일본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는 일본 발상의 시조라고 한다.
7왕자의 이러한 행적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까?
임진왜란 때의 여대남 상인, 그리고 7왕자 이 둘 다 하동마케팅의 좋은 소재로 활용할 방안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