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昏登少琅山霽月菴(황혼등소랑산제월암)
권방(鶴林 權訪)
-황혼에 소랑산 제월암에 올라-

黃昏攀石角(황혼반석각) 황혼에 돌부리를 부여잡고 오르니,
客味飽酸辛(객미포산신) 객지 생활 괴로움을 실컷 겪었네.
列炬驚山鬼(열거경산귀) 늘어선 횃불에 산 귀신도 놀라고,
吟詩泣海神(음시읍해신) 시를 읊조리니 海神이 흐느끼네.
禪房巖作礎(선방암작초) 禪房은 주춧돌을 바위로 만들었고,
茶竈竹爲薪(다조죽위신) 차 부뚜막은 대나무로 땔나무하네.
忽聽江鷗響(홀청강구향) 문득 강가에 갈매기 소리 들리니,
如愁別遠人(여수별원인) 머얼리 떠나는 사람 시름만 하리오.

❊ 소랑산(少琅山.200m) : 고전면(古田面) 전도리(錢島里)에 있는 산으로 소란산(少卵山/小卵山) 이라고도 한다. 또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도 소묘산(小卯山)이라고 기재되었다.

❊ 海神(해신) : 바다를 다스리는 신.
❊ 禪房(선방) : 사찰 안에 있는 참선(參禪)하는 방(房).
❊ 茶竈(다조) : 차 부뚜막. 우리나라 삼국시대 신라화랑의 차 관련 역사의 흔적으로 다조(茶竈)가 강릉 경포대(鏡浦臺) 에 있다.
❊ 江鷗(강구) : 강에서 노는 갈매기.

※ 위의 詩는 권방(鶴林 權訪)이 1767년(영조43) 봄에 석채헌관(釋菜獻官)이 되었을 때 시기하는 자들로부터 무고를 받아 하동(河東) 횡포촌(橫浦村/橫川面)으로 유배(流配)를 왔다가 다음해인 1768년 가을에 사면(赦免)을 받아 풀려났다. 유배시절인 1767년 섣달에 전도리(錢島里) 소란산(少卵山)에 있는 제월암(霽月菴)에 올라 감회를 읊은 시(詩)다. 또한 하동(河東)의 산수(山水)를 유람(遊覽)하고 쓴 詩로는"登岳陽樓舊址次子美韻(등악양루구지차자미운)", "望姑蘇城(망고소성)", "文昌眞(문창진)", "遊靑鶴洞(유청학동)", "斑竹杖歌呈朴丈(반죽장가정박장)", "岳陽歸路(악양귀로)"등 20여 수(首)의 시(詩)가 있으며, 《河東山水記(하동산수기)》가 있다.

권방[鶴林 權訪.1740(영조16)∼1808(순조8)]. 조선 후기 문신‧유학자. 자는 계주(季周), 호는 학림(鶴林), 본관은 안동(安東). 거주지는 경북 안동(安東)이며, 아버지는 권도(東溪 權濤)이다. 문집(文集)에는《학림집(鶴林集)》이 있다. 1763년(영조39) 생원시에 합격하였으며 1767년(영조43) 봄 석채헌관(釋菜獻官)이 되었을 때 시기하는 자들로부터 무고를 받아 하동(河東)으로 유배(流配)를 갔다가 이듬해에 풀려났다. 1783년(정조7) 문과에 급제하여 승정원부정자(承文院副正字)를 거쳐, 사헌부감찰(司憲府監察)을 거쳐 병조좌랑(兵曹佐郞)에 제수되었으나 사직하고 학가산[鶴駕山/안동군(安東郡)과 예천군(醴泉郡) 사이에 있는 산.] 남쪽에 은거하였다.

역자(譯者) 정경문(茗谷 鄭慶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