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뙤약볕이 사람들 정수리를 때리기 시작하는 이맘 때 쯤이면 지리산에서 자라난 산 줄기들 마다 어김없이 붙어있는 다랭이 논들로부터 모내기가 시작이 되었다.
몇몇 아지매들은 어른 손으로 한 뼘이나 자란 모를 쪄(뽑는다는 뜻) 볏짚으로 묶어서 한 다발씩 모춤(모 타래 또는 묶음)을 만들어 물이 빠지도록 논두렁에다 건져 놓는다.
그러면, 논주인 어르신이 그것들을 지게로 져 날라 써레질로 매끈해진 논바닥에다 적당한 거리를 봐가며 던져두면 몸뻬바지(일바지)를 젓가슴 아래까지 한껏 치켜 올려 입고 그렇게 해도 바지가 내려가는지 고무줄이나 나일론 끈으로 단단히 동여맨 아지매들은 한손에 모춤을 움켜쥐고 그것에서 5~6포기 씩을 뽑아 손가락을 곧추세워 적당한 간격으로 논바닥에다 밀어 넣었다.
그런데, 모내기를 해야 할 그날 아침나절이나 더러는 모를 심는 도중에 저만치 논머리에서 어김없이 한바탕 벌어지는 것이 ‘물싸움’ 이었다.
하늘이 원망스러울 만큼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는데다 저수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작은 도랑을 통해 겨우 끌어온 물줄기는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어제 모내기를 한 위쪽의 김씨 논이나 내일 모를 심어야 할 아래쪽의 박씨 논이나 한 방울의 물이라도 간절한 건 매일반이라 작은 물줄기를 서로 끌어가려는 싸움은 촌로(村老)들 하루의 일상이자 어쩌면 그것이 정겨운 시골의 풍경이기도 했다.
이 같은 시골의 풍경에서 비롯된 한자어가 바로 아전인수(我田引水)일 것이다.
‘제 논에 물대기’ 내 논에 물을 끌어들인다. 즉, 자기 논에만 물을 대려는 행동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쓰인다.
또, 이같은 경우를 두고서 다른 말로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라는 말도 있다.
필자가 서정적인 소설을 써서 어떤 읽을거리를 제공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 군 관내의 면사무소 주차장을 조성하는 과정에 해당 사업과 관련한 공사입찰 과정에서 서류가 위조된 사건이 있었다.
이를 본지에서는 사건으로 보도를 했었는데 이에, 해당 면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다 제소하는 황당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적어도)나는 그 서류를 위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그 주장은 옳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해당 공사를 발주한 것은 면사무소였고, 아울러 해당 공사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면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거진 문제에 ‘내가 하지는 않았다’라는 사실만을 앞세우는 그런 모습은 결코 책임 있는 어른으로써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어느 면에서 축제를 치르기 위한 노력이었다고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대단한 불법의 행위를 저질러 여전히 진행형으로 지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있어서도 면사무소 관계자는 어떤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규모 축소에 급급해 하고, 또 면장은 그것을 두고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를 치르기 위해 어쩔수 없이 그런 것인데…’라며, 오히려 언짢다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과연 해당 면장은 어떻게 처리를 했을지 사뭇 궁금해 진다.
만약에 문제의 그 하천에서 인근에 사는 마을 주민이 무단으로 약간의 자연골재를 퍼 나르다 관련 행정에 고발이 되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하였을 것이며 그 주민은 어떤 결과를 맞아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