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논설위원

세계인의 관심 속에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알파고의 4 : 1 승리로 끝났다. 1,202대의 컴퓨터로 초당 10만 번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한 수를 두는 “알파고”는 사람으로서는 둘 수 없는 고도로 계산된 포석으로 그동안 인간이 생각한 정석을 뛰어 넘는 바둑을 두어 대국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불의 사용이 고대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듯이 산업혁명 이후 과학문명은 그 이전까지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총량보다 더 많은 지식으로 놀라운 세상을 만들었으며
2007년 6월 미국에서 첫 출시된 아이폰은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에 세상을 손바닥 위에 얹어놓고 들여다보는 세상을 만들었다.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나 전기밥솥과 같이 손가락으로 명령어만 입력하면 알아서 척척 처리하는 인공지능이 우리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알파고처럼 고도로 진화된 인공지능은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까지 변화시킬 것이다.

하버드 대학 새뮤얼 아브스만 박사는 그의 역작 “지식의 반감기”라는 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물리학은 13.07년, 경제학은 9.38년, 수학은 9.17년, 심리학은 7.15년, 역사학은 7.13년, 종교학은 8.76년 등이며 컴퓨터 처리능력은 18개월이면 2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과학문명이 광속으로 발전하는 것에 발맞추어 하동군도 100년 후를 내다보며 상상을 기적으로 만드는 “알프스 하동”을 위해 지리산 열차길과 금오산 케이블카, 섬진강 뱃길과 북천에서 하동까지 이어지는 레일바이크등 관광사업을 마하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하동군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관광사업이 1,202대의 컴퓨터로 초당 10만번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한 수를 두는 “알파고”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추진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 경제적 측면에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며 2050년이면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와 1,200조가 넘는 가계부채는 가계의 소비감소로 이어져 국내외 관광산업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바둑이야 일파고가 이기든 이세돌이 이기든 누가 이겨도 인류를 위한 과학의 진보이며 인간의 승리이다. 그러나 100년 후를 내다보며 설계한 “알프스 하동”은 하동군의 미래를 걸고 진검승부를 펼치는 일이다. 따라서 직감으로 둔 한수가 회복하기 힘든 패착으로 이어진다면 100년 후를 내다보고 야심차게 추진한 “더 큰 하동 새로운 하동”이 불행하게도 시설 유지관리비를 걱정해야 하는 낙후된 하동이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무엇이 최선인지를 고민하면서 한수 한수를 두어야 할 것이다.

말똥을 치우며 말을 타고 다니던 100년전 사람들은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지하철이 땅 속을 헤집고 다니는 오늘날의 모습을 상상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는 동네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하고 구슬치기를 하고 팽이치기를 하며 놀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전자오락을 하고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세상에는 4D를 넘어선 입체영상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사이버 관광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멀미 날 만큼 바삐 돌아가는 현대사회는 10년이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현재의 관점으로 미래를 상상한다면, 달아나는 멧돼지를 보면서 멧돼지가 누워있던 자리에 총을 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인공지능시대가 눈앞에 와 있는 지금 100년 후의 하동을 상상하는 알프스하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문자 상표를 붙여 생산하는 통조림 같은 장사꾼의 용역결과가 아니라 학자의 양심과 자존심으로 작성한 용역보고서가 되어야 하며 1,202대의 컴퓨터로 계산하고 한수를 두는 알파고처럼 많은 군민들의 여론이 수렴된 “집단지성”이 존중받을 때 상상은 기적이 아닌 현실로 다가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