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험장 바깥에서 두 손 모아 빌면서 초조하게 자녀의 시험이 잘 끝나기를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애타는 모습들이 관찰되곤 한다. 이렇게 모든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자녀들의 대학입학을 위해 뒷바라지하고, 또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막상 그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의 상황은 어떠한가? 유수한 명문대학교 졸업생들까지도 취업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현실이 되어 버렸다.

청년실업 문제는 교육제도의 문제점과도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는다. 거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대학졸업자이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으며, 이는 높이 평가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을 하다 보니 학력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고, 이것이 청년실업으로 연결되고 있다.

학력의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닌, 취업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극심한 불균형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대학졸업자들은 본인의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자리는 제한되어 있으며 거의 모든 젊은이들이 대학졸업자들이다보니,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취업현장의 수요와는 전혀 맞지 않는 고학력자를 양성한 부작용으로 고학력 청년실업자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즉,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의 극심한 불균형 현상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로 연결되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젊은이다운 패기와 꿈을 잃고 스펙 쌓기에 몰두해야하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대학생들 중에는 희망을 버린 젊은이들이 자주 관찰된다. 정말 가슴 아픈 우리의 현실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정치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고, 참신한 정책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들이 민생문제 해결보다는 오직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과 공약들이 다시 난발하고 있다. 그러나 산적한 민생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정치인들에게서 철학과 비전의 빈곤함을 느낀다. 국가를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민생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들이 많지 않다. 또한, 선거 전의 공약과 막상 당선 된 후의 정책에는 많은 차이점을 드러내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허탈감과 배신감마저 느낀다.

우리의 교육제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이대로는 부모들의 부담도, 청년들의 아픔도 너무 크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제도를 살펴보았다. 그 중 독일의 교육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력에 상관없이 직업교육이나 실업교육을 받은 후에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고, 또 대학졸업자와 임금격차도 크지 않은 독일이 부럽게 느껴진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동년배의 약 31%만이 대학졸업자이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인 그룬트슐레(Grundschule) 4년을 마친 후, 능력과 취향에 따라 일반학교인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실업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을 선택할 수 있다. 일반학교인 하우프트슐레 졸업자들은 직업을 배우기 위한 최소한의 학력은 갖추었다는 증서를 받게 되며 통상 일정한 직업교육을 받은 후에 취업을 한다. 실업학교인 레알슐레 졸업자들은 미틀러레 라이페(Mittlere Reife)라는 학력증서를 받으며 은행원, 사무직, 기능직 등의 직업에 종사한다. 대학에 진학하고자 할 경우에는 김나지움을 선택하게 되는데, 김나지움을 수료하고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대학입학자격증인 아비투어(Abitur)라는 학력증서를 받는다. 그러나 아비투어를 하고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가 독일의 교육제도를 자세히 언급하는 이유는 독일인들은 굳이 대학을 가려고 애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레알슐레나 하우프트슐레 졸업자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장에서 대학졸업자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취업현장에서의 극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또한, 교육제도개혁과 함께 대학졸업자와 중·고등학교졸업자 간의 임금격차도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능력과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제도와 취업현실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게 하고, 미래를 위해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를 위해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제도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