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을 맞이하여 전국적으로 많은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국제적인 행사들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국제행사, 지역별 축제 등을 위해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이러한 많은 국제행사와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축제들을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청년실업, 저성장, 저출산, 노인복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는 너무나 많은 축제를 개최하고 너무나 자주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지는 않은가?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사회 문제 중의 하나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까지 포기한다는 ‘오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희망직업, 꿈까지 포기한다는 ‘칠포세대’,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어가 인구에 회자되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이다. 또한, 청년세대 부모님들의 시름도 점점 깊어가고 있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에서도 형편에 맞지 않게 너무 자주 잔치를 할 경우, 그 가정의 경제는 파탄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지자체의 경제와 국가 경제에도 해당된다. 각 가정에서, 각 지자체에서, 더 나아가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행사와 축제 유치를 위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꼼꼼히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행사와 축제는 권장하여야 하며, 또한 지역 축제가 지역주민들의 단합을 도모하고 지역 농수산물, 특산물 등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면, 행사를 개최하는 의미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의 상황과도 맞지 않는 일회성의 축제들이 전국적으로 너무나 많이 개최되고 있으며, 너무나 많은 행사들과 축제들이 난무하다보니 행사나 축제 준비가 부실하게 된 경우도 자주 관찰된다. 특히, 국제행사의 경우, 준비가 부족해서 그 행사가 매끄럽게 운영되지 못했을 때에는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제대로 기획되지 않은 축제의 경우, 오히려 그 지역의 품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모 지역의 휴양림에서 축제를 개최하고 음악밴드를 동원하여 스피커를 크게 틀고 행사를 한 경우가 있었다. 휴양림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조용하게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호흡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휴양림의 입구부터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숲 곳곳에서 요란한 음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서둘러서 그 휴양림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무분별한 축제 난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이다.

“슬로우시티” 하동은 하동의 이미지에 걸 맞는 행사를 기획하고, 하동만의 차별화된 품격 있는 문화를 가꾸어야 할 것이다. 하동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하동은 삼한시대에는 낙노국(樂奴國)에 속하였으며, 삼국시대 전기에는 가야 연맹체에 속해 있으면서 다사군(多沙郡) 또는 다사성(多沙城)이라 불리웠고, 삼국시대 후기에는 백제에 포함되어 한다사군(韓多沙郡)이라 칭해졌었다. 그 후,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757년에 지금의 명칭인 하동군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러한 오랜 역사를 지닌 하동에, 하동의 역사를 소개하고 하동의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할 수 있는 역사박물관도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게 느껴진다.

박물관은 그 지역의 품격과 이미지와도 연관되어 있다.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가꾸고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하동에 역사박물관을 세울 경우, 하동의 역사와 유물을 홍보하는데도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산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동은 이기남 화백, 장석호 화백 등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역사박물관 내의 공간에서 하동 출신 작가들의 전시회, 하동지역 학생들의 전시회 등을 개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회성의 홍보성 행사와 축제를 위해 낭비되는 예산들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하동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슬로우시티” 하동에는 하동의 품격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난무하고 있는 떠들썩하지만 실속 없는 행사의 개최보다는, 문화적인 품격과 전통을 갖춘 하동과 어울리는 행사가 요구된다. 또한, 이러한 행사에는 청년실업자 등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행사를 통해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까지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행사 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품격 있는 프로그램들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예술과 문화가 숨 쉬는 품격 있는 “슬로우시티” 하동을 함께 가꾸어 가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