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시인

산비탈에는 가지가 찢어지게 열린 감이 한낮 땡볕에 익어가고 너뱅이 들에는 누런 벼이삭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은 이렇게 풍요를 주지만 풍년이 들면 일손은 더 부족하고 제값 받기 힘드니 농부의 얼굴에는 기쁨 반 시름 반이다.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이 ‘2015 소비자신뢰 대표브랜드’ 도시브랜드 부문 대상에 선정 됐다고 한다. 대상 수상은 기쁜 일이고 축하할 일이지만 눈 덮인 알프스의 낯선 풍경이 지리산과 섬진강에 기대 살아온 군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고 공감과 소통이 부족하니 기쁨 반 시름 반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도로 상향 조정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신용도가 올라 대외 신용도가 높아진 것과는 달리 가계부채가 1,100조원이 넘는 현실 앞에서 우리경제도 역시 기쁨 반 시름 반이다

가계부채 1,100조원이면 1,100만 가구가 평균 1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빚이 많으니 이자 갚느라 쓸 돈이 없고, 쓸 돈이 없으니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드니 공장 일거리가 없고 , 일거리가 없으니 고용이 줄어들고, 고용이 없으니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는 청년실업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
70-80년대만 해도 담배점포 하나 있으면 아이들 대학 공부를 시킨다고 했는데
추석 대목 시장에서 만난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런 불경기는 처음 본다며 두 식구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최근 국세청에서 공개한 2007~2013년 자료에 의하면 잘사는 사람 상위 10%의 평균 연봉은 6700만 원 이상인 반면 하위 10%의 평균연봉은 450만 원이하 이며 소득상위 10%의 근로소득은 전체근로 소득의 32% 차지하지만 하위 10%는 0.6%에 불과하고 439만 명은 최저임금도 못 받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소득 불균형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침체와 금년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경제에 어둔 그림자를 드리우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날이 가물면 산골짜기 물이 먼저 마르듯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살기 힘들고 명절이 가까워지면 더 서러워 지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야 하고, 자동차 1대를 완성 하는 데는 2만 여개의 부품이 소요된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사는 세상에 나와 상관없는 것이 있을까 ?
며칠 후면 추석명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한가위 덕담처럼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며 시름은 덜어내고 기쁨으로 가득 채워 온 국민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는 행복한 추석이 되길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