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일 하동군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위기의 갈사만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하동개발사업단(주)이 기업회생개시 절차에 들어갔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문가 8~9명이 정밀 실사한 문제를 바탕으로 사업단이 총체적 부실로 운영되었고, 설계용역비가 과다계상 되었으며, 공사단가 부풀리기 등을 통해 시공사인 한신공영이 공사 기성금을 과다 수령하는 등의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고 맹비난 했다. 이날 윤군수는 갈사만 사업 예산이 낭비된 사례를 조목조목 설명한 후, 조만간 갈사산단 조성사업에 비정상적으로 지출된 자금을 회수하고 관련자 10여명을 사법처리할 것임을 내외언론에 밝혀 그 파장을 예고했다. 한마디로 갈사만 사업의 후폭풍인 셈이다.

갈사만에는 바닷가 특유의 바람이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공통적으로 부는 바람 외에도 계절에 따라 사람을 몹시도 괴롭히는 바람이 있는데 그 이름도 특이하다. 갈마마파람이라고들 한다. 갈마바람과 마파람의 합성어인 듯하다. 갈마바람은 서남풍을 말하고 마파람은 남쪽에서 부는 바람이니 갈마마파람은 서쪽 또는 남쪽에서 부는 바닷바람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바람은 갈사만에 사시사철 불어오지만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바닷물이 빠진 대낮에 기세를 떨치는데 이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통을 호소한다. 어지간히 건장한 사람도 이 바람을 맞으면 예사롭게 몸살과 두통에 시달린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아스피린 한 두 알을 먹고 견디는게 보통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갈사만에 이런 골치 아픈 바람이 군청발 후폭풍으로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군수가 직접 고소장이 작성되어 있음을 언급한 것을 보면 분명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그 타깃은 설계용역사 관계자, 주주단, 사업단대표, 관계공무원, 전직군수 등 갈사만 사업 관련자 대부분이 대상이 될 것 같다. 설사 하동군이 직접 고소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더라도 검찰소사가 본격화되면 줄줄이 사탕처럼 엮일 수 있기 때문에 관련자들은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될 것이다. 사업을 경영하다보면 대부분 피치 못할 상황들과 엮일 수밖에 없다. 수사를 받아야하는 현실에서 순수히 혼자 책임을 통감하며 총대 맬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만간 하동군 전체가 벌집 쑤셔놓은 형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갈사만 사업의 공과 사를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하동군민 대부분은 갈사만을 경제자유구역청에 포함시켜 산업단지조성사업을 시작한 일은 잘했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사실 갈사만 사업의 시작은 김영삼 정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사만에 현대일관제철소를 짓겠다고 발표하고 나서부터 세계경제불황과 IMF로 인해 우여곡절을 경험하고 수십년 지난 세월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한낱 정치적 공약만 남발하면서 정치적 이용을 했지만, 50만 내외군민의 염원을 담아 전직 조유행 군수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공사 착공에 이르렀던 것이다. 시공사 선정당시 윤상기 군수도 부군수로서 깊게 관여한 바 있다. 그러나, 사업진행과정에서 부실을 초래함으로써 결국 기업회생개시 절차에 들어갔던 것이다.

우리는 근원적으로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본다. 특히 갈사만 사업에 부실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들은 엄히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공과 사를 분명히 따지는 과정에 누군가를 희생하기 위한 마녀사냥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보는 것이다. 사업 정상화를 앞당기는 데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갈사만 후폭풍의 칼날이 의도되고 누군가를 향해 겨냥된 것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막대한 금융비용은 물론 군민들의 실망감은 어떠한 것으로도 보상할수 없다 빠른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하면서 책임지는 정치권의 모습도 요구된다

바람 중에는 남실바람이 있다. 바람이 얼굴에 느껴지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며 풍향계가 움직이고, 해면은 잔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이 바람이 불면 봄에 꽃이 피듯 종달새가 노래하듯 가을 들국화 향이 온 사방에 진동하듯 대부분의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바람이다. 갈사만 산단 조성사업이 하루 속히 정상화하길 기대하며 우리 갈사만에 남실바람이 부는 날이 보다 많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