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국가와 사회 전체가 혼란한 시대에 어울리는 좋은 말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사자성어에 보합대화(保合大和)라는 말을 찾아 그 참 뜻을 깨닫고자 몇 번이나 음미해본다. 保 지킬 보, 合 합할 합, 大 클 대, 和 화할 화. 한마음을 가지면 큰 의미의 대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 하동에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비슷한 의미로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민선 6기 하동군이 출범한 지 벌써 1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비록 혼란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군정이 출범하기는 했지만, ‘윤상기 군수의 하동은 과거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군민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군수와 군이 무슨 정책을 발표하여도 군민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에 까지 이른 것이 작금의 슬픈 현실이다. 이는 그동안 추진하려 했던 여러 정책이 현실에 부합하기보다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고, 군의 일방적인 발표로 이뤄졌으며, 지나치게 군민 감정과 괴리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군민의 화합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민선6기 하동군이 추진한 정책들은 군민들의 눈높이 행정과는 너무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빚어진 갈등, 갈사만 사업 중단과 거듭된 사업 정상화 연기에서 빚어진 군민들의 자괴감, 알프스 하동이라는 브랜드 제정과 군의 일방적 사용강제, 석연찮은 인사 등의 문제가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것들이다. 학부모연대와 시민단체는 도지사와 군수를 상대로 주민소환운동을 추진하고 있고, 갈사만 사업 발주처인 하동개발사업단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결코 기뻐할 수없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고장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도 많은 군민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다. 수십년간 하동출신 국회의원이 없어서 50만 내외군민들이 여상규의원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열망을 잊어버리지나 않았는지, 선거구 조정안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상경투쟁까지 하며 여의원의 존재감을 살려준 군민들의 그 숨은 뜻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군민들로부터 안타까움이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와 행정, 군민, 모두가 화합과 포용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한다.

한편, 최근에 우리하동의 현실을 살펴보노라면 많은 사람들이 마치 단절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역사에 결코 단절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살아 숨 쉬는 한 하동을 보게 될 것이고 설령 우리가 죽음으로 인해 사라진다고 해도 지구의 종말이 오지 않는 한 하동군과 군민들은 우리 하동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갈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하동 사람들은 우리가 물려받은 것 이상으로 후대에 물려줄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 역사 앞에서는 이어달리기 주자나 마찬가지라는 어느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참 어울리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이 한 풀 꺽이고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며, 어느덧 우리 곁엔 청명한 대지와 자연이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우리 하동에도 사람들 사이에 이런 청명한 분위기가 하루 속히 다가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보합대화, 한마음을 가지면 큰 의미의 대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 모든 일들이 실타래처럼 풀리고 군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이 어려움과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 더 큰 의미의 대화합은 저절로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리산에 올라보거나 섬진강을 바라보자. 넓은 남해 바다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하동을 위해 하나가 되어 볼 생각을 단 한번이라도 가져보자. 하동의 혼란과 좌절을 다함께 넘어 보자. 대화합이 성큼 다가올 것 같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