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우려했던 갈사만 조선산업단지조성공사 사업이 완수되지 못하고 완전한 공사중단을 맞이했다. 발주처인 하동개발사업단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했고, 시공사인 한신공영은 타절(공사중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갈사만 사업 현장에서 철수한다. 한신공영(주)이 공사를 시작한지 3년 6개월만이고, 하동개발사업단(주)이 PF통장의 압류로 기성금을 지급하지 못한지 1년 6개월만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현실이다. 하동군의 한심한 작태에 50만 내외군민들은 소리없이 분노를 삼키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개단의 기업회생은 지난 8월19일 한신공영이 갈사만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한신공영은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1,940억400만원 규모의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1단계 조성사업이 계약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하동지구개발사업단)의 회생개시 결정으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제119조 제1항에 의거해 계약 상대방이 법원으로부터 쌍무미이행계약의 해지 허가를 받아 당사에 통지해왔다며, 당사의 귀책사유에 따른 계약 해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란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서 법정관리의 새로운 이름이다. 쌍무미이행계약의 해지란 위의 법 119조 제1항에 따라 채무자(하개단)와 그 상대방(한신공영)이 모두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 아직 그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 관리인(하개단 대표이사 강연화)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 할 수 있다. 한신공영은 손해배상에 관한 회생채권자로서 기성금 등을 회수하게 된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동군과 하동개발사업단은 지난 6월 29일 화의를 신청하여 7월 21일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개시 결정을 선고 받았으나 대내외에 일절 알리지 않았다. 약 한 달이 지나서야 한신공영의 기업경영공시를 통해서 하개단이 기업회생개시 결정이 났음을 역추적한 본보 기자단에 의해 밝혀졌다. 참고로 하동군은 7월 24일 어민피해대책위와의 미팅에서도 화의를 신청했다고만 하였지, 기업회생개시 결정은 밝히지 않았다. 또한, 7월 10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하동군 행정사무감사시에도 군의회에 이러한 사실은 보고조차 되지 않았고 감사대상에서도 다루어지지 않았다. 행정사무감사 며칠 후에서야 군의회에 비공식적으로 보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하동군이 갈사만 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면서 내외군민들에게 신뢰를 상실한 배경에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기거나 감추었던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번처럼 더 이상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렵게 되어 기업회생개시(법정관리) 결정이라는 엄청난 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동군은 군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핵심 관계자인 대부분의 지역구 정치인들조차 갈사만 사업의 위기 내용과 구체적인 정보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행정의 신뢰는 정직하고 신속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할 때 만들어진다. 그러나 하동군은 갈사만 사업이 내외 군민들의 최대 관심사임을 스스로 강조하면서도 철저히 숨기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도대체 군민을 무엇으로 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개단에 기업회생개시 결정에 대해서 묻고 군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하개단 기업회생개시 결정이) 좋은 일도 아닌데 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하동군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다. 하개단도 하동군을 한낱 일개 대변인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나 싶다. 군민은 안중에도 없다. 하동군 산단조성과는 “법률적 처리에 대해서는 하개단에 알아보라”고 한다. 갈사만 사업이 핑퐁게임도 아닌데 왜 이 모양인지 정말로 한심하다. 이제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갈사만 사업을 이 지경을 만들고서도 군을 믿고 기다려 달라는 소리만 할 뿐이다. 군민들이 이만큼 기다려 줬으면 됐지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를 일이다.
다행히 오는 9월 2일경 하동군은 군수가 직접 갈사만 사업에 대해서 모든 것을 군민들께 소상히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매우 늦었지만 대단히 환영한다. 우선 군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형식에만 그치지 말고 충분한 방법으로 군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들을 속시원하게 알리고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아주길 바란다. 아울러 해결책 제시는 물론이고 갈사만 사업의 성공을 위해 충분한 능력과 시스템을 갖춘 행정조직과 사업단 조직을 정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