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명륜학당 훈장

사랑없는 독재자

자녀교육 문제를 만나면 우리는 늘 최선책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때로는 차선책을 고려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훌륭하게 키울 수 있는 지식이나 능력이 없을 때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런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 취할 차선책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방법상 자녀교육의 올바른 길을 알지 못한다면 완강하고 무섭게 키우지 말고 버릇이 조금 없더라도 애정과 사랑으로 키우는 게 좋습니다. 애정과 사랑으로 키우면 그 자식이 어느 한 시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다 해도, 결국은 자라서 부모를 버리거나 배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철이 들면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우치고, 부모의 애정을 고맙게 여기며 부모의 곁으로 돌아오는 자식이 됩니다. 그러나 완강하고 무섭게 키우면 그 자식은 비록 어렸을 때는 두려워 순종하는 척 하지만, 커서는 필히 반항하게 됩니다. 반항의 정도가 심해지면 부모를 구타하기도 하고 버리기도 합니다. 패륜아로 뉴스거리가 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그런 경우입니다. 독재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줍니다. 사랑 없는 독재자는 그 아래 짓밟혀 있는 사람들의 숨통을 조입니다. 사람의 역사를 한 단면으로 보면, 그러한 독재자를 추방하는 고난의 기록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다운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에 사람들은 온갖 희생과 피눈물을 감수하며 그 대열에 동참한 것입니다.
추방해야 할 사랑 없는 독재자, 당신은 그런 모습으로 아들을 키웠습니다. 아니, 키웠다기보다는 올바로 크지 못하도록 억압해 왔습니다. 사랑 없는 독재자의 말로를 아십니까. 무슨 협박이냐며 당신은 지금 화를 내고 있겠군요.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화를 잘 내는 게 독재자의 특징이니까요. 만약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그 일부나마 느끼며 반성하고 있다면 당신은 독재자의 자리에서 내려올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은 당신의 아들에게도 희망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의 주소로 보낼 편지가 아니라고 무례하게 군것이 있다면 용서하십시오. 사실 이렇게 공개적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은 이 세상에 당신을 닮은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왕 쓰는 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구나 하는 나 자신의 욕심 때문입니다. 곡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부디 사랑하십시오.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