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훈장 이정석

과보호로 인한 폐해 역시 무관심에 못지않다. 특히 자식을 하나, 많아야 둘 정도를 두는 요즘의 젊은 부모들 가운데 과보호의 덫에 걸리는 이들이 많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젊은 부모도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다.
자식 사랑은 천륜의 정이니 누가 함부로 말할 수 는 없겠다. 그러나 자식의 올바른 성장에 장애가 될 정도로 그릇되게 사랑을 쏟는다면 이는 누구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 젊은 부모는 아들을 온실 속의 화초로 키웠다. 아니 그런 표현으로는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숟가락을 쥐어 주어야 할 나이로 자랐는데도 입만 내밀게 해 밥을 먹여 주었고, 옷도 부모의 손으로 입혀야 직성이 풀렸다.
혹시 아들이 울음보를 터뜨릴까 두려워 손으로 가리키며 원하는 게 있으면 그것이 장난감이건 먹거리건 그 즉시 해결해 주었다.
아이가 자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도 부모는 달라지지 않았다.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시킴은 물론이었고, 문방구에 들러 학용품을 사는 일도 부모의 몫이었다. 부모의 스케줄 역시 아들의 희망에 따라 짜여졌다.
휴일 날 아들이 가자는 곳이 그들 가족이 가는 곳이었고, 먹자는 것이 그들 가족의 먹거리가 되었다.
그런 부모가 아들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딱 하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밖에 나가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었다.
그 부모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것만은 막았다. 아이 역시 부모의 뜻에 따라 더 이상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키워진 아이의 모습이 어떨까. 함부로 상상할 일은 아니지만, 미루어 짐작이 간다. 부모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창의성과 주체성이 결여되고, 자기밖에 모르게 되어 사회성이 부족해지고, 부족함을 모르고 자라 참을성이 얄팍해진다.
자녀교육은 그러한 창의성, 주체성, 사회성, 참을성을 키워 주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에 장애가 되는 쪽으로만 키우니, 이를 어찌 부모가 교육상 취할 자세라 할 수 있겠나.
그 아들이 현재 어떤 모습인가를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나의 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식솜씨가 있는 어머니는 결코 조미료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 지나치게 많아도 탈이요, 또 지나치게 적어도 문제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음식을 만드는 지혜이다.
사람을 만드는 일에는 그에 비할 수 없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런데 조미료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조차도 없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교육의 손을 결코 함부로 내밀지 말아야 한다. 창의성을 살린다고 조심성을 키워 주지 않거나 조심성 때문에 창의성을 억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요, 무관심이나 과보호 역시 결국은 자녀를 비틀어진 모습으로 만드는 독이다.
길바닥에 나뒹구는 돌멩이 하나에서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
조미료 사용에서 배우는 중요의 도를 오늘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