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공직자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이른바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법)이 지난 8일 국회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2012년 6월 정부안이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초안을 국무회의에 제시했던 이 법안은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17개월만에 국회의 첫 관문을 겨우 넘어섰다.
이법안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없는 돈을 받아도 100만원을 초과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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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법안은 전례없는 내용인데다 적용범위가 너무 넓어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정청탁의 15가지 유형과 예외사유 7가지를 적시했는데 이를 두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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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대상에 공직자외에 국.공.사립학교 와 유치원 종사자,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등 언론기관 종사자를 포함하고 있어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 보도된 중앙일보의 사설중 일부내용이다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이법안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할 혁신 법안이며, 우리 사회가 투명 정직사회로 가기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소위 김영란법만 통과되면 우리 사회가 확 바뀌어 질까?
우리나라 5천만 국민중 2천만명이 해당된다는 이 법안이 과연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법집행과정에서 혼란이나 별다른 부작용은 생겨나지 않을까?
온갖 의문이 머리를 스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諸子百家)라 하여 수많은 학파와 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과 학문을 펼쳤던 시대가 있었다.
이때 관중, 상앙, 이사, 한비자등이 강력한 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였는데 이들을 일러 법가(法家)라 하였다
당시 법가 사상가들의 주장이 지금 김영란법을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주자와 맥락을 거의 같이 한다
에(禮), 인의도덕 으로는 이세상을 다스리는데 한계가 있으니 법과 시스템에 의한 강력한 규제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7.05로 싱가포르 1.60, 일본 2.08, 호주 2.55, 미국 3.05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수치이다
우리 뒤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등이 있다.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후진국 수준의 부패양상을 보이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외국 언론들이 보도 하고 있다.
사회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의 척결은 시대적 요청이자 과제이다
그렇지만 강력한 규제, 무차별적 규제가 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일까?

상앙. 이사등의 법가사상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하여 부국강병을 이끈 진나라는 진시황에 이르러 천하를 통일하였지만 무수한 악법과 폭정으로 통일왕조는 불과 3대15년만에 무너지고 만다
진나라의 수도 관중을 점령한 유방은 약법삼장(約法三章)을 선포하고 백성들에게 마음놓고 생업에 종사할 것을 당부했다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남을 다치게 한자는 징역을 살게 하고, 도둑질한자는 그죄 무거움에 따라 벌을 준다”
진나라의 악법이 폐지되자 백성들은 유방이 황제가 되기를 바랬다.
이런 백성의 염원이 후일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건국하는 동력이된다

작금의 한국사회는 모든 것이 법으로만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나라의 고위 지도자들도 대부분 검사,판사등의 법률가 들로 이루어져 있고, 정치하는 사람들도 툭하면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달려간다.
노무현 탄핵심판도 헌법재판소의 법률적 판단이었고, 진보당 해산도 역시 헌재의 법률적 판단이었다
사고의 다양성에 기초한 상식과 소통, 국민의 선택등은 설자리를 잃어버린지 오랜이다.

올리버 크롬웰은 1649년 노란리본을 맨 청교도를 이끌고 시민혁명에 성공한다
공화정의 대표가 된 크롬웰은 사회를 안정시키고, 해상무역을 발전시켰으나 지나친 청교도적 금욕생활을 강요하여 국민의 불만을 사게된다.
이 불만이 7년뒤 왕정복고를 촉발시키고 만다

반대로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일한 도꾸가와 이에야스는 전쟁이 없어진 사무라이 집단의 난동으로 사회질서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오사카 성앞에 유곽(창녀촌)을 설치하여 사회불안을 잠재웠다

정치란 무엇인가?
통치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흐르는 물처럼 막힘없이 흐르도록 조정하고 이끄는 것이다 라는 옛말이 다시금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