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명륜학당 훈장

어릴 때는 어머니가, 장가를 가서는 아내가 만들어낸 그 밥상의 연주를 즐기면서 먹거리의 맛에 대해 생각해봤다. 음식은 그 본래 재료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맛을 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간을 어떻게 맞추고 조미료를 재료와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연주자가 음표 하나까지 올바로 소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연주하듯, 여인네들은 부엌에서 소금 한 숟가락, 마늘 한 쪽을 정성껏 써서 음식의 맛을 만든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이나, 밥상 앞에서 그 음식을 음미하는 이나 알 것이다. 적절하게 간을 맞추는 것과 함께 조미료 역시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것을.
조미료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그 음식은 조미료 맛에 압도되어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다. 조미료를 너무 적게 썼을 경우에도 맛은 흥을 잃어 건조해진다.
자녀를 키우는 일도 이와 유사하다. 부모의 가르침을 음식에 맛을 내는 조미료와 견주어 볼 수 있다. 조미료는 재료에 대한 작용이 지나치게 크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으면서 절묘하게 어울려 중용의 상태가 되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가르침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어떤 부모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한 반면에 어떤 부모는 지나치게 자녀를 감싸고만 돌아 과보호란 소리를 듣는다. 또 어떤 부모는 자녀를 너무 자유스럽게 키우는 반면에 어떤 부모는 지나치게 구속시켜 자녀를 움츠리게 한다. 이런 태도는 조미료로 치면 지나치게 많이 쓰거나 적게 써서 음식의 맛을 버리는 것으로,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해치는 짓이다.
자녀교육에 중용의 도가 필요하다. 조심을 요하는 물건을 만지려는 자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그것이 위험한 것이니 무조건 만지지도 말라 하는 것은 자녀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태도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줄 때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아예 만지지도 말라 하는 거 t은 그 호기심의 싹을 자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배우는 아이들에게 가장 요구되는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창의성인데, 그것을 말살하는 쪽으로 자녀를 키워서는 안된다. 반면에 창의성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조심을 요하는 물건 앞에 자녀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어떤가. 그 또한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조심성이 없으면 해를 당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의 도시 문명은 끊임없이 사람의 경계를 필요로 한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위험에 처해질 수 있고, 때로는 커다란 재난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떻게 자녀의 조심성을 바라지 않을 수 있겠나.
창의성과 조심성, 그 둘은 서로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것 같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게 아니다. 그 둘을 절묘하게 조화시켜야 한다. 지나치게 조심성을 강조하면 창의성은 움츠리고, 지나치게 창조성을 내세우면 조심성 부족으로 해를 당한다. 그렇기에 그 둘 모두에서 지나친 면을 깍아내 서로 어울리게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모가 취할 중용의 교육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