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명륜학당 훈장

요즘 부모들 가운데 아이들이 똑똑해도 너무 똑똑하다는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늘어놓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자기 의견이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고, 때로는 어른의 잘못까지 거리낌 없이 지적하고 나서는데, 옳은 말들이 많아 당황할 때가 많다는 얘기들이다.
아이들이 진정 똑똑해 졌다면 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도 그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그런데 왜 그런 말을 넋두리 늘어놓듯 할까.
아이들의 똑똑함을 질시해서? 아이들 앞에서 권위를 세울 수 없어서?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설사 그런 어른이 있다 해도 그런 못난 어른을 우리의 이야기에 넣을 필요는 없다.
자녀의 똑똑함을 보면 부모는 대견하고 즐거워진다. 그런데 왜 넋두리인가?
이유가 있다. 나 역시 요즘 아이들이 똑똑해졌음을 느낀다. 그런데 그 똑똑함이란 게 머릿속의 똑똑함, 입으로 내뱉는 말 속의 똑똑함에 머물러 있다.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 말들은 참으로 잘한다. 그 말들을 들으며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너무도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는 행동을 보면 어떻게 저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까. 하는 의문이 절로 떠오른다.
올바른 행동교육을 경시하고, 머릿속 지식 쌓기에 매달린 요즘 교육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똑똑한 아이보다는 맹랑한 아이가 많아졌다. 그러니 그런 아이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똑똑함을 보고 어찌 기뻐만 할 수 있겠나. 절로 넋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참다운 교육은 머릿속에 어떤 지식이나 정신을 불어 넣느냐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지식과 정신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느냐를 가르치는데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 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질 때 힘이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아는 것은 그저 교활한 수단일 뿐이다.
정신을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교육, 그것이 바로 문제이다.
사람은 머릿속 정신을 행동을 통해 주고받으며 산다.
행동이 그릇된 것이라면 머릿속에 그 어떤 것이 들어 있다 해도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러면 어떻게 자녀들에게 올바른 행동 교육을 시킬까. 지행합일, 즉 앎과 행동을 하나로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남녀와 노소를 가릴 것 없이 평생을 두고 풀어야할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올바른 행동교육을 받으면 그 과제를 좀 더 지혜롭게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