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 문 찬인

슬픔과 아픔으로 보냈던 지난 한해
그나날들은 이제 다 지나가고
다시 새해가 밝아 왔습니다

섬진강에 비치는 맑고 환한 햇빛이
새로이 365일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무딤이 뜰 부부송 나뭇가지에
까치들이 날아와 앉습니다

갑오세(甲午歲)
봄엔 세월호의 충격이,
여름초입엔 지방선거의 혼탁함이
해지는 엄동까지 얼얼하게 하였습니다

청양세(靑羊歲)
세상이 을미년이라 부르는 해입니다
푸른 양의 해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혹시라도 막히면
둘러서 가는 지혜를 주소서

하동땅에
백두의 기운이 솟아오르게 하소서
섬진강의 넉넉함이
온 누리에 퍼지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땅에 사는 모든 이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하동사람들이
가슴 가득 소망을 품게 하소서
그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땀흘려 일하게 하소서
어려움과 절망이 있더라도
원망과 미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책하는 겸손을 갖게 하소서

하동몽(河東夢)
하동의 꿈입니다
천년세월의 기다림입니다
이제 굳건히 일어서게 하소서
다시는 변방의 아픔으로 남지않게 하시고
당당히 세상을 이끌게 하소서
굴욕의 세월도 있었습니다
납작 엎드려 지내온 과거도 있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세월의 아픔이
하동의 꿈을 일으키는 힘이 되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모두의 마음속에 촛불하나 켜게 하소서
너와 나의 분별을 없애고
맑아진 눈으로 세상보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모두의 마음속에 큰바위를 품게 하소서
모진 세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작은 이익에도 눈 멀지 않게 하여
대동(大同)의 그 날이 이땅에서 이루어지게 하소서

밝아오는 새해에는
모두의 마음속에 사랑이 넘치도록 하소서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주셔서
사랑이 강물처럼 이땅에 넘치게 하소서

밝아온 새해에는
내게 사랑만 남게 하소서
받지못한 셈은 잊게 하시고
용서하지 못한 셈은
내가 먼저 사과하게 하소서
일상(日常)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오늘이 곧 내일로 이어짐을
깨닫게 하소서

새해에는
하늘을 품게 해주소서
팔만사천 모공마다
우주의 기운이 넘치게 해 주시고
당신을 향해
한발한발 걸어가는 항심(恒心)을 주소서

아무도 살아본 적이 없는 나날을
흔들리지 않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무도 살아본 적이 없는 새해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새해아침에 도비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