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명륜학당 훈장

옛날에 어리석은 사람이 돈을 갖게 되면 허물을 더 짓는다 라고 했다. 돈의 철학을 올바로 가르치지 못한 것을 반성하기 전에 당장 그 돈이 비행을 키우는 요인이 되었다는 점을 되새겨 봐야 한다. 짐승의 사랑법 아래 성장한 자녀들은 짐승을 닮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용돈의 문제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조건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기에 예절이 필요하고, 봉사정신이 필요하고, 옳고 그른 일을 판단해 행동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이외에도 사람의 도리로 갖추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런 것을 제 자식에게 올바로 가르쳐야 할 부모가 그저 예쁘다고 끼고만 도니 자식을 짐승처럼 기르겠다는 말이 아닌가. <맹자>에 보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다.
먹이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돼지로 대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사랑하면서 공경하지 않는 것은 짐승으로 기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공경이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예물을 표하기 전부터 갖추어야할 마음이다. 공경하면서 거기에 진실성이 없으면 헛되이 군자를 머물러 있게 할 수 없다.
이 글은 한 나라의 군주가 군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사랑이 없는 먹임, 공경이 없는 사랑, 진실성 없는 공경, 그 모든 행위들은 군주가 취할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에 군자는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식을 대하는 부모 역시 이 가르침에서 배워야 한다. 자식을 먹이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그 자식을 돼지로 대하는 것이요, 사랑하면서 올바른 인격체로 키우지 않는 것은 짐승으로 기르는 것이다.
짐승으로 기른 자식은 결국 그 부모 곁에 온전히 머물러 있게 할 수도 없다. 맹자는 군자가 가르치는 방법에 다섯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부모들이 참고할 만하다. 때에 맞게 내리는 비가 초목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처럼 하는 것이 있고, 덕을 이룩하게 하는 것이 있고, 재능을 발전시켜주는 것이 있고, 물음에 대해 대답해 주는 것이 있고, 혼자서 덕을 닦도록 해 주는 것이 있다. 이 다섯 가지가 군자가 가르치는 방법이다.

자녀를 애완동물 정도로 여기며 짐승의 사랑법을 흉내 내는 부모는 언젠가는 그 자녀로부터도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배신감의 하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대개 그렇듯 그 자녀가 스스로 인격체임을 주장하고 나설 때 당연하게도 짐승의 사랑법과는 다른 의견을 내세울 것이기에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녀가 사람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모습으로 자란 것을 어느 날 문득 깨닫고 느끼는 것이다. 짐승의 사랑법 아래서 자녀는 그 둘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는 인격체로 서려 하는 것이니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부모 혼자 배신감을 감당하면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그 부모와 자녀,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줄 것이니, 그 해악을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