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명륜학당 훈장

부모들이 만나서 자녀교육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어 보라. 어떻게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한다는 타령이 점수가 어떻고, 취직하기 좋은 유망한 학과가 어떻고, 과외가 어떻고 하는 것들이다.
흔히 인륜이 짓밟히고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들을 한다. 세상이 왜 이 모양이 되었냐는 한탄도 빠지지 않고 그 뒤를 잇는다. 그러면서도 자식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는 일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어떻건 그저 내 자식 남보다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직업 얻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언제부터 우리 부모들이 이렇게 작아지고, 편협해지고 못나졌단 말인가.
우리 조상들은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는 일을 자녀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었다. 아무리 글을 많이 읽었다 해도 행실이 올바르진 않으면 결코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홍수처럼 밀려온 서양 문물을 주체성 없이 받아들이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가치관이 흔들려 사람보다 기능이 앞서게 된 것은 그 변화 가운데도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그 사람의 품성이 어떠냐보다 그 사람이 어떤 기능을 가졌느냐가 더욱 관심을 끄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도 사람 교육보다 기능교육이 앞서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 교육은 이미 실종되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가치를 세우는 네 가지 덕목으로 ‘인의예지’를 말했는데, 이것이 시험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도덕 교육의 하나로 취급당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아닌가.
누가 죄인인가? ‘인의예지’를 몰라 본능 조절능력을 잃은 사람들이다.
누가 죄인인가? 자식을 ‘인의예지’를 모르는 사람으로 키워 세상에 내보낸 부모들이다.
교육 환경이 어떻고, 사회 현실이 어떻고 하며 세상을 탓하는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을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 부모는 자식에게도 세상에게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본능조절능력을 가르칠 것인가?
먼저 자녀들에게 인이 무엇이고, 의, 예, 지가 무엇인지 그 뜻을 말해준다. 사전적인 의미를 말해 주라는 것이 아니라, 나이나 지적 능력을 고려해 자녀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실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말해주어야 한다.
일단 그 뜻을 알게 한 다음에는 그 네 가지를 기준으로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한다. 일기장을 쓰게 해도 좋고,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해줘도 좋다. 5분 명상법을 하나의 방법으로 권유한다. 잠들기 전에 자녀에게 5분 동안 명상을 하는 습관을 들인다.
명상은 하루를 반성하는 것이 될 터이니 특별한 주제를 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인의예지’를 반성의 잣대로 삼게 하면 효과적이다. 그런 시간에 자녀가 자신의 하루를 다음과 같이 돌아볼 수 있게 지도한다.
나는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을까? 인, 즉 사랑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랬을까? 겸손함이 없어서일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슬기가 부족해서일까? 반성은 이렇게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사랑이 부족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그 부족한 사랑을 채울 수 있을까? 어떻게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과 겸손함을 배울 수 있을까? 어떻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슬기를 가질 수 있을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다보면 그 답 또한 스스로 찾게 된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습성이 들면 말하나 행동하나를 함부로 하지 않게 된다.
본능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것을 조절하면서 사람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 교육을 외면하고 기능교육에만 매달리는 부모는 죄인을 만드는 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