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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삶과 생각](65)칠순 넘어 받은 박사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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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11  14: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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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건 하늘로부터 받은 복이다. 세상살이에 아무런 관심사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무료하고 따분할까를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살다보면 어떤 사람은 사는데 아무 관심사도 없고 재능도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래도 알게 모르게 다들 나름의 필살기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간다.

사는데 최고의 길은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 사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예컨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수로 살아가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작가로 살아가며, 또 땀 흘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육체노동의 직업을 선택한 경우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그 중에 글씨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직업을 서예가로 삼아서 살아간다면 이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번에 추사체 서예로 청춘을 바쳐온 지인 한 분이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원(陶苑) 박성아(朴性兒) 선생이다. <경남지역 추사체 서맥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가 된 도원 선생은 71세 최고령 학위 취득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인생 후반의 멋진 삶의 주인공이 되었다. 더욱 기쁜 것은 우리 하동 출신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서예 역사에서 추사체는 오랫동안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고, 따라서 가르치는 스승도 제자도 세상 사람들의 아류(亞流)’라는 평가를 극복하는데 마음고생이 많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독특한 개성을 가진 추사체를 연구하고 연마하는 서예가들은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노력을 멈추지 않고 그 맥을 유지해왔다. 그런 노력의 중심에 도연 선생이 있었고, 그 땀의 결과가 오늘로 증명이 되었다.

나 역시 서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겐 맥이 없다. 즉 어떤 특정 스승에게서 특정의 서체를 깊이 있게 배운 게 아니라, 그냥 취미 정도로 즐기는 것이었기에 누군가가 서맥(書脈)’에 따라 일가를 이룬 걸 보면 참으로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크게 욕심은 없으니 지금의 나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도연 선생은 맥을 가진 분으로, 그의 스승은 경남 사천 출신의 도연(陶然) 김정(金正) 선생이다.

논문에 따르면, 도원의 스승인 도연 선생은 거제 출신의 성파(星坡) 하동주(河東洲) 선생에게 추사체를 사사한 후 북경에서 15년을 공부했고, 귀국 후에는 추사체 연구에 전념하면서 후배를 양성해 왔는데 특히 해학이 넘쳤던 분이었단다. 누군가가 작품 하나를 소장하고 싶어서 무작정 찾아왔다고 하면 그의 말대로 작품 내용을 무작정이서(無作定而書)’라고 써 주었고, 내용을 아무끼라도 써 달라고 하면, ‘아무기라도(我舞綺羅島)’라고 써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글 발음과 비슷하게 표현한 한자의 뜻이 예사롭지 않다. 전자는 있는 그대로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쓴다.’는 의미요, 후자는 나는 비단결 같은 아름다운 섬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의미란다. 글씨는 물론이겠거니와 해학이나 그 의미까지도 개성이 물씬거리는 도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도원 선생의 박사학위는 그냥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선행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논문을 써야만 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터지만, 끝까지 이뤄낸 71세의 박사학위 취득은 본인의 영광을 넘어서서 다른 인생들에게도 많은 도전정신을 일깨워주고 없는 길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많은 이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학위는 존재의 두께를 가진다. 저자와 논문의 존재감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 그 이후로는 여러 측면에서 소중한 이정표로 변신이 된다. 도원 선생은 학위 취득 이전에도 고향인 하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많은 일을 해 오고 있었지만, 날개를 단 오늘 이후의 여생도 변함없이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는데 큰바위얼굴이 되어주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다시 한 번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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