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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의 [삶과 생각](56)방법과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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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18  17: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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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보면 내 인생이 겹쳐지고, 그들의 추억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 역시 옛날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엊그제는 어느 작가가 글을 쓰다 진도가 안 나가면 공원 벤치로 나가 앉아 있곤 한다는 말에, 나의 북경 유학시절이 떠올라 한참동안 책을 덮고 옛날로 잠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나는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전, 북경에 있는 중국예술연구원 화극연구소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1년간 공부를 했다. 내가 숙소로 썼던 방은 청나라 때 공친왕이 머물렀던 공왕부(恭王府) 옆 고택이었는데, 양쪽 벽은 모두 창이고 바닥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마루였다. 그저 눈비 정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일 뿐이었지, 편안한 실내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방을 나서서, 중간에 계단이 있는 마당 두 개를 지나야 닿을 수 있었고, 수도 역시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특히 눈비가 올 때는 더 없이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들과 꼭 같이 겪는 불편이었기에 시간이 조금 지나 습관이 되고부터는 그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고, 크게 불만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공부를 하다가 따분하거나 머리가 멍멍할 때는 가까이에 있는 공원으로 바람을 쐬러가곤 했다. 자주 나가다 보니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절친이 되었고, 때로는 그들을 대신해서 물건을 팔아주기도 했다. 친한 사람 중에는 나를 엄청 좋아해주는 노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수건과 신발을 팔았는데, 손님이 없을 땐 늘 나와 함께 세상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다 간혹 깃대를 든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이끌고 공원에 들어서면 내가 할 일이 생기게 된다. 내가 물건을 팔아주는 일이었다.

나는 예전에 서울 동대문 시장을 참 좋아했었다. 시끌벅적한 시장은 늘 살아 있었고, 머리에 여성용 팬티를 뒤집어쓰고 브래지어를 허리에 두른 남자가 발을 구르며 손님들을 불러 모으는 그 모습은 마치 무대예술을 감상하듯 신기했고 가슴을 뛰게 했다. 꼭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듯이 가슴이 뛰었고 대리만족이 되었다. 내가 중국 공원에서 수건과 신발을 대신 팔아 줄 때도 바로 동대문의 그 호객(呼客) ‘연기에서 배운 걸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머리에 수건을 묶어 신발 하나를 꽂고 큰 소리로 외치며 발을 굴렀다. “골라, 잡아- 잡아- 골라-” “골라, 잡아- 잡아- 골라-”

중국 그 어디를 가도 이런 호객행위는 없었을 것이고 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온통 한국말로 외치다가 간혹 키워드가 되는 중국어 몇 마디만 보태도 충분히 뜻이 전달될 수 있었고, 호기심 많은 중국 관광객들은 크게 속을 것도 없는 수건과 신발을 재미있게 사 주었다. 가장 행복했던 때는 역시 완판에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렸을 때다.

연을 날리고 싶은데 바람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힘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 노력을 해야 한다. 연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연을 들고 뛰어야 한다. 사람들이 상품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외쳐야 한다. 그들에게로 다가가야 한다.

삶의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안 되는 것을 되도록 노력하는 것과, 안 될 것이라 미리 예단하고 단념하는 것이다. 적잖은 세월이 지나고 보니 알 것만 같다. 간절하다 싶었을 땐 늘 방법을 생각해 냈던 것 같고, 별로 간절한 줄을 몰랐을 적에는 쉽게 도망가거나 포기할 핑계를 찾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 핑계를 찾으며 살아 왔는가? 방법을 찾으며 살아 왔는가? 그 둘 중의 선택 하나로 만들어진 결과임에 틀림없다.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꼭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일이다. 성공의 비법(秘法)’은 내가 지금 찾고 있는 수많은 방법들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서나 정답은 하나일지 모른다. 하지만 해법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다양한 해법과 방법 속에서 우리 모두가 원하는 정답과 비법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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