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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삶과 생각](55) : ‘실패’의 또 다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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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11  16: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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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재수할 때 외로움을 함께 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한통 넣었다.

자주 연락을 하지 못하고 살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게 된 친구가 어찌나 반갑게 전화를 받던지 미안할 정도였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전화를 끊을 즈음에 슬쩍 묻는다. “집안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친구의 물음에 바로 느낌이 와 닿았다. 간혹 내가 지인들에게 받았던 느낌을 친구도 비슷하게 받았던 모양이다. 연락 없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했을 땐, 안부보다는 집안의 조경사 때문에 연락을 받은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저냥 보고 싶고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하니, ‘싱거운 친구라고 응수한다. 그리곤 호적 나이가 두 살 어리게 되어 있는 관계로 난 아직 퇴직이 2년이나 남았다는 말에 복도 많은 사람이라고 부러워한다.

그렇다. 난 누군가에게 부러운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을 따지고 보면 부러운 대상 축에 낄 수도 없다. 쉰 살이 넘어서 교수가 되었고, 그러니 20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직을 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서 행복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감사하며 오늘을 살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러면서 살아갈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나는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중 수교 1세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중국에 가서 학위를 따려고 계획했던 건 아니다. 국내에서 여러 차례 박사학위 과정에 입학하려고 도전했지만 누차 실패했기 때문이다. 능력이 부족한 결과라 생각하면서 늘 아쉬워하던 중에 중국과 수교가 되었고, 이에 중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나는 능력의 한계로 한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지 못하고, 중국으로 가서 공부를 하게 된 일명 실패자성격의 해외 유학파인 셈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 노력한 결과, 누군가는 나의 불행이 부럽다고 말하기도 하니, 이런 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걸 세상만사 새옹지마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실패나 스트레스를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란다. 건강한 근육과 지혜는 이런 저런 실패와 적절한 스트레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란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실패나 스트레스는, 가진 줄도 몰랐던 잠재능력을 발견하게 해 주고 더 높은 단계로 성장시켜 주기도 하기에, 역경이 오히려 유익이 되기도 한다는 이치다.

꼭 편하게 사는 것만이 최고의 길이 아니요, 불행도 잘 소화해 내면 인생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된다. 그렇다고 억지로 고생을 선택할 필요도 없다. 스트레스를 자초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주한 실패나 스트레스라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잘 다스려가며 극복해 갈 일이다.

‘fail’이란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실패라는 말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게임기로 게임을 할 때 조종이 미숙하여 성공에 이르지 못하면, ‘fail’이란 단어가 뜨는 모양이다. 그런데 실패라는 이 말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일 수도 있고 더 희망적일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게임을 좋아하는 4살짜리 어린애에게.

글에서 읽은 이야기다. 게임을 전공하는 교수가 있었다. 게임 연구와 교육을 위해 평소 집에서 게임을 많이 했는데,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은 네 살짜리 아들도 게임을 좋아하고 제법 잘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애가 게임을 하는 중간 중간 영어로 ‘fail’이 뜰 때, 그게 무슨 뜻이냐고 엄마가 물었더니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라고 대답하더란다. 와우!

실패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네 살짜리 어린애에게 배운 최고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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