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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의 [삶과 생각](42)- 아들이 보여준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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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2.21  16: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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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지난 달 설 연휴 때 아들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보여주겠다고 했다.

호의에 감사하면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영웅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아들의 강력 추천으로 아바타(2)’를 보아야만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CG로 만든 판타지나 무협영화와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스토리가 단순하고 현실적이며 교육적인 영화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사실 아바타는 우선순위에서 뒤쪽에 놓여있던 영화였다.

그러나 아들의 선택은 참으로 좋았고 그래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내가 가진 선입견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영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주제는 가족 사랑이었다. 특히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깊숙이 숨겨져 있던 나의 감정 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아들은 어쩜 영화 속 명대사 한 마디를 내게 들려주려고 이 영화를 선택한 게 아니었나 싶었다. “아버지는 지킨다,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다.”

영화에는 사랑과 관심에 대한 명대사들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아이 씨 유(I see you)”이다. 직역하면 나는 너를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히 보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너의 모든 것을 느끼고 이해한다는 뜻이다. 깊은 아픔까지도. 가족이든 누구든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으려면 이 대사의 맥락에서 뜻하고 있는 (see)”의 의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중간 중간 나오는 영화 속 명언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은 하나다.” “가족은 가장 큰 단점이지만 가장 큰 장점이다.” “어딜 가든 가족이 우리의 요새다.” 이런 대사들은 가공된 스토리 속에서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표현들이겠지만, 여기엔 영화감독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담겨져 있음에 틀림없다. 감독은 이 아름다운 명구들을 통해 우리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평소에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소중한 사랑의 본질 등을 강조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언젠가 나도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보여드린 적이 있다. 팔순이 넘은 부모님이 요즘 젊은이들도 감탄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궁금해서 여쭤봤더니, “그래, 돈 벌어먹고 살게 해 놨더라.” 평생토록 흑백영화나 한 번 보았을까 기억도 아물거릴 정도의 아버지가 했던 말 한 마디는 배운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영화의 작품성이나 예술성 같은 멘트가 아니었다. 무학인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변화된 오늘세상에 대한 평가 한 마디가 전부일 뿐이었다. 아니다, 한 마디가 더 있었다. “늙은이는 우리뿐이더라.”

우리 아버지는 간혹 당신의 엄마 아버지를 생각한다. 내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간혹 하신다는 말이다. 어쩌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수박을 꺼내 먹을 때면, “우리 엄마 아버지께도 이렇게 시원한 수박 한 번 잡숴보게 해 드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뒤 안 새미에 띄워놓았던 수박을 자시면서 아이고 시원해라, 아이고 시원해라 하셨지만, 그게.” 우리 아버지는 세종대왕도 누리지 못했던 호강을 부모님께 못 시켜드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조금만 잘 살았더라도,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도, 조금만 철이 들었더라도.”

아버지는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어렵게 살아오면서도 그런대로 최선의 효도를 다해 오셨겠지만, 변화 발전된 오늘을 살다보니 세상의 좋은 것들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단 생각에 마음이 울컥울컥 할 때가 많은 모양이다. 나는 오늘 내 부모의 자식으로, 내 자식의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오늘 아들이 보여준 영화에 행복했던 것처럼 나도 우리 부모님께 다시 한 번 영화 한 편 보여드리고 싶지만 이리저리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 마음뿐이다. 그나저나 건강하게 살면서 냉장고의 수박만이라도 시원하게 오래오래 드실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영화 아바타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라는 명령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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