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환 논설위원(법학박사,시인,前경찰서장)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렇게 수명이 늘어나는 이유는 건강검진 등 질병에 대한 예방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열심히 운동하고 적당한 음식과 절제된 행동을 하는등 자기노력이 전제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같이 범죄 또한 발생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깨진 유리창 이론 과 같이 어떤 건물에 유리창이 깨진 채로 방치되면 그 곳이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인데 사전에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어두운 싹이 트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질병이든 범죄든 예방을 오래전부터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말이 있다. 즉 굴뚝을 굽히고 땔감을 옮긴다는 고사성어이다.

길가던 사람이 주인을 찾아와 "댁의 굴뚝이 너무 곧게 뻗어 있고 게다가 바로 곁에 땔감까지 쌓아두어 불이 날 염려가 있으니 굴뚝을 지금보다 조금 굽히고 땔감을 떨어진 곳으로 치우는 것이 좋겠소"라고 말하자 집주인은 네 걱정이나 하라는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묵살했다. 얼마 안되어 정말 불이 났고 다행이 이웃들이 달려와 불을 끄긴 했다.

그래서 주인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를 잡아 이웃에게 잔치를 베풀었는데 불을 끄다 다친 사람을 가장 윗자리에 모셨다. 하지만 막상 앞서 굴뚝을 굽히고 땔감을 치우라고 충고한 사람은 잔치에 초대받지도 못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

"앞서 그 사람의 충고를 들었더라면 잔치비용을 들일 것도 없이 아무 걱정이 없었겠지요. 이제 공을 논하면서 바른 충고해 준 사람은 아무 보람도 없고, 불 끄다가 이마를 다친 사람만 상전 대접을 받네 그려"라고 말한 데에서 나온 고사성어이다.(한서곽광전)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도 있다. 즉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속담에도 '배가 가라앉은 다음에야 사람들은 그 배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었는가를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처칠은"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때로는 인간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야 현명해진다"라고 했으며,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말들의 교훈은 사전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의 방책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전예방이 최선의 대책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이태원 압사사고도 사전 대비에 소홀했던 것이다.

숨을 쉴 수 없을 때 공기의 귀중함을 알게 되고, 아프고 나서야 사전에 건강을 챙길걸 하며 후회하듯이, 우리는 평소에 예방의 중요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산다.

범죄나 사고는 예방이 목표이며 목적이 되어야 한다.

검거나 단속은 예방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도 예방에 방점을 두지 않았다.

우리들의 인식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예방이라는 것은 중요한 방책이면서도 인식의 전환 없이는 실행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번 이태원 사고로 경찰이 뭇매를 맞는 것을 보고 경찰인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우선 경찰청장으로부터 이번 문제가 된 경찰관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지휘관으로서의 경험이 적은 탓에 대형 사건사고나 집회시위 등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장관 역시 재난에 대한 경험부재에서 말실수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에 예방을 강조하고 대책을 강구할 것을 상부에 몇 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우리사회 전반의 인식도 곡돌사신과 같이 검거나 단속에 치중했지 예방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예컨대 경찰의 경우 관서별로 실적을 내어 성과급이 큰 차이로 지급 된다. 그러나 음주단속 같은 단속실적이나 검거 실적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예방을 잘해 범죄 발생을 줄인다 해도 이런 예방 부분에는 성과 비중을 아에 주지 않거나 너무 낮게 주어 검거보다 예방으로의 전환에는 노력하지 않았다. 이같은 인식으로 말미암아 이태원 참사 역시 방지하는 데에는 누구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일본과 같은 예방매뉴얼을 도입할 필요가 절실하다. 하지만 경찰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도 안된다고 본다. 자발적인 행사같은 경우는 질서유지 정도는 지자체에서 카바해 줘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관할 직원 숫자도 경찰관 수보다 많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 발생시 필자가 부산에서 某경찰서 서장으로 재직 했었다. 그때 대테러 모의훈련등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것을 경찰서장이 다하도록 임무를 둔 반면 권한과 예산은 주지 않았다. 경찰서장이 1년 365일 하루도 쉴 수 없는 데다가 전지전능한 능력까지 요구하는 격이다. 대테러방지법에 경찰서장에게 권한과 예산없이 임무만 가득 주고서 책임만 지게하는 것을 보고 운좋게 하루하루 무사하기만 바라며 지냈어야 했다. 그런 법률을 보고 나중에 국회라도 진출해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보면 이번 사고에 입법부는 잘못이 없는양 큰소리치며 행정부만 쥐잡듯이 잡고 있다. 법도 현실을 반영하겠금 만들어져야 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으면 고쳐 나가야 하는데 사고나 사건이 날 때마다 성급하고 무분별하게 법만 제정하는 꼴을 보면서(윤식이법,중대재해법,518특별조치법등) 가연 국회의원들이 법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세월호 당시 해경을 해체할 것이 아니라 해경이든 육경이든 경찰관서에 초동타격대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예전에는 경찰서에 전의경으로 구성된 타격대가 있어 어떤 사고가 나면 제일먼저 출동, 초동조치를 했다.

지금은 전의경도 뽑지 않게 되고하니 몇년 이상 재직한 직원으로 경찰서별 4교대로 하더래도 1개 분대 인원은 상시 24시간 출동태세를 갖추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 지지 않았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이태원 참사같은 경우라도 처음 급박한 신고가 들어 왔을 때 출동해서 초동조치를 하고 지원요청을 하면 될 텐데 경찰서장이 현장에 오기만 기다리는 그런식으로 대형참사를 방지하는 것으로는 백년하청일 수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잘못된 인식이 국민의 머리속에 자리잡게 한 것도 문제이다. 애기들이 장난치다 목욕탕 유리가 깨졌는데 애들은 괜찮은 데에도 쨍그랑 소리 듣고 달려온 엄마라는 분이 자기가 놀랬다며 놀란데 대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고함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누가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굴러가게 할 것인지 걱정된다. 거짓과 뻔뻔함이 넘치는 정치권을 보면 암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