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졌다는 것은

기운이 빠졌다는 게 아니다

나를 접었다는 것이다

나를 내어주면서 너를 편안히 받아들일

힘이 쌓였다는 것이다

오냐오냐 한마디로

투정 철부지 짓 다 받아주시던 어머니의 포근함은

주름의 힘이었다

뒷산 소나무가 바람을 견뎌낸 것

다 주름의 힘이었다

주름을 만든다는 것은

나를 버려 너를 버는 일이다

하늘과 다투지 않는 요령으로 농투성이들이

논밭에 이랑과 고랑을 짓듯이

주름에 경배하라

김일태 시집 『주름의 힘』 (시선사) 중에서

-쭈글쭈글, 쪼글쪼글, 자글자글 등은 ‘주름’에 흔히 쓰이는 의태어다. 시간이나 물리적으로 만들어지는 주름은 – 인간에게는 세월일 것이고 물건들은 압력이나 압축에 의한 흔적일 뿐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언급한 주름은 “어머니의 주름”. “소나무의 주름”. “농부의 주름”에 이어 이제 “나를 접어” 안으로 주름을 새기는 시인의 편안한 늙음이 내재되어 있다. 세월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흔적이 당신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이라고 믿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 최영욱 -

▲ 김일태 시인은 창녕에서 태어나 1998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부처 고기』. 『파미르를 베고 누워』 등 여러 권이 있으며, 경남도문화상, 토지문학제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