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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2번국도(4)
하동군민신문  |  hdgm97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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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04  16: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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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무슨 부부. 미친 자식이 부부 아니래도 꼭 저래. 밥맛 없어.”

두찬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보면서 순옥은 궁시렁거렸다. 그리고는 문을 거칠게 닫으며 차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헤헤, 자네 마누라는 저래 성질내는 게 더 매력 있단 말이야. 회도 말이야, 살만 바른 거는 물컹기리기만 하고 씹는 맛이 없거든. 세꼬시맨키로 뼈하고 같이 씹는 맛이 더 쫄깃하고 좋은 기라.”

우리는 법적으로 부부 아니래도 그럽니까. 우리 마님은 그런 것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거든요.”

우리 마님은 지랄, 니가 마당쇠냐? 아 젠장, 살 붙이고 살믄 부부고 마누라지, 뭐 별거냐?”

상대의 기분에 아랑곳없이 두찬을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흡사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사과나 귤 같은 걸 제멋대로 집어 먹었다.

두찬이 한 번은 짜장면 배달을 시켜 같이 먹다가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다. 서로 빼갈을 두어 잔 마신 뒤였다.

말 하지 마, .”

순옥이 눈을 치뜨고 영우를 노려보았다. 평소 같으면 영우보다 다섯 살 많은 순옥의 말을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두찬이 있으면 사정이 달라졌다. 처음 순옥이 두찬에게 말 까지 마했을 때부터 두찬은 능글능글 웃으며 씨발,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별 지랄 다 헌다며 무시해 버렸다.

그러나 그것도 그때 뿐, 순옥이 너하고 영우가 두 달 차이밖에 안 나는데,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친구로 지내도 되잖아했을 때는 단호히 손을 내저었다. “머스마 새끼들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거였고, “달수는 두 달이라 캐도 칠구년 생하고 팔공년 생하고는 엄연히 다른 기라. 우리는 칠십년대고 쟈들은 팔십년대로 팍 꺾이뿐 거는 예수도 부처도 우짜지 몬하는 기라며 억지를 부렸다.

첫 만남에 대한 물음도 마찬가지였다. 순옥은 영우가 두찬에게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두찬은 발개진 얼굴로 이기죽거렸다.

아따, 여자 없는 놈은 서러워서 살겠나. 그라고, 너그가 뭐 유맹한 연애인이라도 되는 줄 아능 기라, ? 그까짓 거 이야기 한다꼬 온 동네방네 텔레비전이 떠들썩하고 스포츠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날 줄 아능가배. 내참, 그래도 이우지라꼬 생각해서 물어도 봐주고 관심가지준께네, 지랄허고 자빠졌네.”

그대로 두면 열흘 밤낮을 빈정대고 이기죽거릴 것만 같은 기세여서 영우는 일부러 너털웃음 웃어가며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자면 마음 아프고 속쓰린 이야기라 그렇지요, .”

영우는 빼갈을 입에 털어넣고 순옥이 들어간 트럭을 보며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작은 공장에 다니다가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모아둔 돈 다 날린 이야기, 제 코가 석자인 형이나 누나는 본체만체하고 결혼한 지 일 년이 채 못 된 아내조차 이혼을 요구하며 가버린 이야기, ○○아파트 담벼락에서 인형 장사를 하고 있는데 경승용차에 옷가지를 잔뜩 싣고 나타난 순옥이 그 옆에 자리를 편 이야기, 장사를 마치면 새우깡 한 봉지 놓고 소주를 권커니 잣거니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던 이야기, 인형을 선물로 주고 누나 동생 하다가 임마 점마 하면서 오갈 데 없는 인생이 서로 기대게 된 이야기, 순옥이 영우의 월세방으로 들어오고 이 아파트 담벼락에서 저 아파트 옆 공터나 공단 등지로 쫓겨다닌 이야기, 장사를 마치면 순옥은 집에 들어가고 자신은 다시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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