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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의[삶과 생각](21)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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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15  13: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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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이쯤 되면 빼앗긴 일상이 회복될 줄 알았다. 이만큼 참고 불편하게 생활했으면 이젠 코로나19도 사라지고 봄다운 봄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국 4대 미녀 중의 하나였던 왕소군이 오랑캐 땅으로 내쳐져 이국에서 맞았던 봄, 제아무리 꽃피고 새우는 봄날이라 해도 고향의 봄날과는 달랐기에, 돌아가고픈 고국을 그리워하며 춘래불사춘이라 했던 것인가? 왕소군이 눈물로 보냈던 그 봄날이 오늘 우리와 뭐가 그리 다르고, 왕소군이 외로움을 참았던 그 심정이 오늘 우리와 뭐가 크게 다르랴?

그러나 인간은 유심하나 자연은 무심한 법이라 했던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그 분함과 억울함을 참아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우리의 땅에도, 때가 되어 어김없이 찾아온 그 봄날을 이상화 시인은 또 노래했었던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재작년 어느 봄날, 식사 후 양달에 서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함께 했던 시인 교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 시구 한 구절의 힘이 그리 클 줄 몰랐다. 시인 한 사람의 존재가 그토록 대단한지 몰랐다. 순간적으로 온몸의 피가 솟구쳐 올랐고, 두 눈에서는 나도 몰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렀다.

나이가 들어가며 요즘 내가 너무 감상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 싶다. 다만 이전보다는 좀 더 감동적인 장면이나 글에 공감이 잘 되고 감정이입이 빨라, 자주 마음이 동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현상에 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기 보다는 오히려 감정이 정화되는 듯해서 참 좋기만 하다.

저 멀리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났단다. 대통령이 코미디언 출신이라 다소 리더십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었다지만, 대통령의 탈출을 도와주겠다는 미국의 제안도 거부하고, 내게 필요한 것은 탈출용 비행기 좌석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단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 눈물이 핑 돈다. 항복한 러시아 군인에게 따뜻한 차와 빵을 나눠주고, 포로에게 안위를 걱정할 그의 부모와 통화를 시켜준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모습에 눈물이 또 주르르 흐른다.

은근한 감동은 내 고향 하동에도 넘친다. 우리 고장은 산길과 물길과 꽃길로 유명하다.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는 우리 하동을 설명해 주는 명실상부한 표현이다. 지리산의 지선을 따라 섬진강을 끼고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감탄이 아닌 것이 없다. 봄이면 봄의 모든 걸 만끽할 수 있고,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또 나뭇가지 앙상한 겨울이면 겨울 그 자체로 그림이 되고 추억이 되는 곳이다.

이제 상춘의 계절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빼앗긴 일상 속에서도 봄은 오고, 그렇게 찾아온 봄은 우리들에게 요모조모의 꽃을 선사해 줄 것이다. 매화꽃이 만발했다 지면 배꽃과 벚꽃이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를 맞아 줄 것이요, 또 지천에 깔린 야생차 밭의 수줍은 차꽃들은 언제나 감동을 줄 채비를 하고 있다. 천혜의 하동을 장식해 주고 있는 은 늘 감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밤하늘의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별들도 고개를 든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했다. 누구에게나 허락된 봄날 경치도 문지방을 넘어선 사람에게만 감동이 되고 행복이 된단 말이다. 매화꽃이 시작되었다. 곧 벚꽃이 피려고 눈을 뜨고 있다. 미리 노래 한 곡을 준비할 시간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노래의 2절과 3절은 더없이 좋다.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빼앗긴 일상에도 우리의 봄은 오고야 만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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