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살인강도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마약 중독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인강도나 마약중독자가 되고, 나쁜 죄를 지어 교도소에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죄를 지을 악한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날 악을 저지르고, 자기의 그런 행동에 자신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대체로 마음이 선하고 건전하다고 이야기 한다. 농부가 땅에 씨를 뿌리고, 그 씨가 싹을 틔우고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다.

농부는 열매를 기다리고 자신이 거둔 열매들을 보면서 기뻐한다. 그처럼 열매를 얻는 농부의 마음은 짐승을 잡는 사냥꾼에 비해 훨씬 곱고 부드럽다고 한다.

오래 수고하고 기다린 끝에 가을이 오면 농부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을 바라보며 풍요로움을 느낀다.

귀여운 아이들에게 떡을 해서 먹이고 싶고, 둘째 아이의 해어진 운동화도 새 신으로 바꿔주고 싶다. 아내에게 예쁜 옷을 한 벌 사주어서 아내가 그 옷을 입고 기뻐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농부가 가진 이런 마음은 따스하고 부드럽다.

이렇게 사는 농부들이라고 해서 그들 속에 더럽고 악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농사짓는 농부라도 그 마음이 착하거나 깨끗하지는 않다.

한 농부가 있었다. 그에게는 자기 소유의 논밭이 없었다. 그러니 남의 논밭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소작인이 된 것이다. 옛날에는 소작인이 되는것도 쉽지 않았다.

지주들은 아무에게나 땅을 주지 않았고 농사를 성실하게 잘 짓는 사람에게 맡기려고 했다. 수확이 많고 열매가 충실해야 주인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소작인들은 어렵게 땅을 얻어 농사를 지어도 수확이 줄어서 다음해에 지주가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할까봐 늘 염려해야 했다.

농사를 잘 지어서 풍년이 되면 좋긴 하지만, 그 기쁨이 고스란히 농부의 몫은 아니었다.

거둔 곡식의 반을 지주에게 주어야 하고, 나머지 반으로 먹고 살아야 했다. 게다가 농사는 혼자 지을수 없으므로 모내기나 추수 때에는 사람들을 써야 했다. 그 품삯을 두고 비료나 농약값을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게 없었다.

그것으로는 가족들과 먹고살기도 힘들었다. 열심히 일하지만 삶은 여전히 비참했기에 마음은 늘 허무함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농사를 짓지 않을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어부도 마찬가지다. 자기배가 있으면 고기를 잡으러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지 바다로 나갈수 있다. 비가와서 나가기 싫으면 나가지 않아도 되고 바람이 거셀 때에도 안 나갈수 있다.

하지만 남의 배를 빌려 고기를 잡는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잡은 고기의 반을 선주에게 주어야 하기에 고기를 잡으러 나가지 않으면 선주의 눈에 벗어날수있기 때문이다. 소작농들의 간절한 소원은 자기 땅에 씨를 뿌리는 것이다.

농사가 잘되든지 못되든지 자기 땅에서 마음껏 땀을 흘리고 그 열매를 거두어서 마음 편히 살고 싶은 것이다.

어부들 역시 좋든 나쁘든 자기배를 가지고 가고 싶을 때 바다로 가서 고기를 잡아 그것을 팔든지 먹든지 자기 뜻대로 하는 것이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