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주지하듯 가정에서의 화목과 불화는 사회나 직장 생활에까지도 연결되고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다.

따라서 가정이 화목하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도 원만하고,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그렇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왜냐면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고, 때론 하는 일이 짜증스럽고 만나는 사람들이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아내와 의견 충돌이 있어 기분이 별로인 상태로 출근을 했다. 수업을 하러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았다. 슬리퍼를 신고 등교한 학생이 그랬고, 음료를 마셔가며 강의를 듣는 학생, 가방을 짊어진 채 앉아있는 학생들이 하나하나 짜증스럽게 보였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였던 현상들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대부분의 요인은 외부에 있기도 하지만, 그 중의 일정 부분은 내 안에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런 점에서,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관건은 먼저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해석할 수 있는 ‘마음’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상의 만상을 비틀어 해석하고 주위 사람들의 언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그 어디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찾기가 힘들 것이요, 그 누구와도 행복한 시간을 나누기 어려울 것이다.

작년 이 맘 때 신문에서 꽁지머리를 한 남자 공무원에 대한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평소 남자의 꽁지머리에 대한 내 주위 사람들의 평가와 뒷담화는 별로였던 것 같다. 자유로운 개성표현과 미적추구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더라는 말이다. 그런데 신분이 공무원인 사람이 그런 꽁지머리를 하고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조직 내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바깥 일반인들의 시선은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기사를 읽다가 꽉 막힌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깨닫게 되었다.

“공무원이 이래도 되느냐”는 시선 속에서도 그럴 수 있었던 건 사실 ‘아름다운’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진 소아암 환아(患兒)들에게 가발을 후원하는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꼭 후원을 하고 싶다면 금전으로 하면 되지, 유별나게 그럴 필요가 뭐 있느냐고 부인이 반대했음에도, 그는 “돈으로 하는 후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기부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믿음으로 그렇게 했더란다. 사연을 몰랐더라면 그 사람을 비틀어 바라보고 또 아무렇게나 판단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송(宋) 여본중(呂本中)은 ≪사우잡지(師友雜誌)≫에서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라 했다. “의심을 하면 어둠을 지배하는 귀신이 생겨난다.”는 뜻이다. 이를 확장하면 “마음으로 뭔가를 의심하게 되면 여러 가지 망상이 생겨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간혹 세상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짜증스럽게 하고, 의구심이 들거나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들도 객체의 문제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역시 내 마음속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실부의린(失斧疑鄰)’이란 고사도 같은 맥락의 교훈을 말하고 있다. 도끼를 잃어버린 사람이 의심의 눈으로 이웃 사람을 살펴보니, 그 사람의 걸음걸이도 안색도 이상함은 물론이고, 말과 동작까지도 다 이상하게 보이더란다. 하지만 얼마 뒤 다른 곳에서 잃어버린 도끼를 찾고 보니, 이웃 사람의 행동거지가 조금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더란 이야기다.

수신의 기본과 행복의 출발은 어디에 있는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든, 먼저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내가 가진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가능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반추해본다.